최정 9단(사진은 바둑TV 화면 촬영)
최정 9단(사진은 바둑TV 화면 촬영)

2010년 입단 이후 10년 넘게 국내여자바둑 랭킹 1위를 이어오며 세계여자바둑계까지 호령하던 바둑여제 최정 9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제10회 황룡사배에서 기록한 6연패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이다. 개인전으로 처음 치러지는 대회로 한중일 대표 8명이 풀리그를 벌였는데, 우승은커녕 최하위에 머물며 세계 바둑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팬들도 그렇겠지만 가장 충격에 빠진 사람은 누구보다 당사자일 것이다. 그야말로 멘붕이 오지 않았을까. 1년에 100판 이상을 둘 때도 여자선수에게는 몇 판을 지지 않던 그였기에 한 대회에서 연속해서 6명에게 진다는 건 믿기지 않는 일이다.

1996년생인 최정 9단은 올해 28세로 여전히 정상권을 지키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해성 여자기성전 우승컵을 김은지 9단에게 내주며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세계여자기전인 오청원배와 센코컵 우승 등 5관왕으로 건재를 과시했고, 올 봄엔 센코컵 2년 연속 우승으로 건재를 재확인했다.

현재 남녀통합랭킹 20위권 안에 드는 여성 기사는 오래 전 한국에서 활약했던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을 빼고는 최정 9단이 유일하다. 2022년엔 삼성화재배에서 신진서 9단에 이어 준우승까지 하며 세계바둑사에 최고 여자기사 성적을 냈었다. 그럼에도 최정 9단이 올들어 대국수를 줄이며 페이스 조절에 나선 것은 만만치 않은 상황 변화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인공지능에 힘입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젊은 기사들이 있고, 스스로 연간 100판 이상을 둔 적이 많아 번아웃이 온 것 같다는 말대로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보면 단순히 컨디션 난조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 상대전적에서 크게 앞서 있는 선수들에게까지 졌을 뿐 아니라 최정 9단 답지 않은 믿기지 않는 의문수도 여럿 나오고, 좋아하는 기풍으로 판을 짜놓고도 역전패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개인사까지 알 수는 없지만 뭔가 근본적으로 재정비 할 때가 온 것 같다.

세계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온 한국바둑계로서도 이번 사태를 단지 개인 차원으로 치부할 일은 아닐 듯싶다. 마음을 추스러 원인을 분석하고 대처하는데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그만큼 한국여자바둑계에 최정 9단의 위치와 역할에 기대가 크기에 하는 주문이다. 일본의 정상권에 있던 스미레 3단이 올해 우리나라로 유학을 온 것도 수준 높은 한국바둑을 배우며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5년 내 한국여자바둑 랭킹2위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말도 꼭 최정 9단을 꼽지는 않았지만 배워야 할 상대면서 동시에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겠는가.

아무튼 최정 9단은 인기가 많다. 바둑 전문 TV채널에서는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 만큼이나 노출 빈도가 많은 것은 그만큼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는 증거다. 그건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멋진 모습을 보여줬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일희일비하기보다 평정심(平定心)으로 오랫동안 좋은 바둑 인생을 펼쳐주길 바란다. 더불어 요즘 핫한 명상도 해보고 템플스테이 같은 것도 해보고.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하는 말씀처럼. 최정 9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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