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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6.25 전쟁이 발발한지 올해로 74주년을 맞았지만, 당시 군의 폭격과 소각으로 폐허가 된 불교계 사찰들의 피해 규모나 역할, 스님들의 숨은 노력들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상황입니다. 

사찰이 국군병원이나 유해안치소로 사용되고, 스님들이 직접 부상병 치료에 나섰던 상황들은 최근에서야 공식 확인되고 있는데요, 

6.25 전쟁 때 불교계의 다양한 노력과 숨은 영웅들의 활약을 배재수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 리포터 >

뺐고 뺏기는 싸움을 반복했던 동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

그 과정에서 국토 대부분이 초토화됐고, 사찰과 암자들도 폐허가 되는 깊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그나마 온전한 사찰들은 국군병원이나 유해안치소로 활용되며 명맥만을 유지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축총림 통도사 역시 당시엔 육군병원의 분원이었습니다. 

2019년 미륵불을 새롭게 조성하며 복장 유물에서 나온 당대 명필 구하스님의 연기문이 단초가 돼, 사중 스님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군 병원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현문스님(전 통도사 주지, 2022년 6월6일 뉴스파노라마 현충일특집 대담 中) 인터뷰.
“복장문을 보면 구하 노스님이라는 어른이 70년 전 그 시대에 통도사가 근 2년 동안 야전 병원으로 사용이 되었다는 그런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보고, 그래 이게 이러면 안되지, 우리가 이걸 밝혀야 되겠다 싶어서”

3천명의 부상병들이 경내 곳곳에서 치료받았고, 이들의 치료에 스님들이 직접 나섰다는 자료와 증언들이 더해지면서, 국내 사찰로는 처음으로 현충시설물로 지정됐습니다. 

6.25전쟁 때 사찰은 전몰장병들의 유해안치소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현충시설물인 부산 범어사는 전쟁이 끝나고 국군묘지가 생기기 전까지 임시 국가현충원으로 활용돼, 스님들은 밀려드는 시신의 화장과 안장을 도맡아야 했습니다. 

제주 육군 제1훈련소가 위치했던 대승사 역시 훈련과 전쟁으로 숨진 병사들의 유해안치소가 되면서, 사중 스님들은 시신 더미에서 쪽잠을 자며 영혼 천도에 나섰습니다.  

전란 속에서도 사찰과 문화재를 지키려는 숨은 영웅들의 노력은 빛났습니다. 

근대 선지식 한암스님이 법당 정좌로 군의 상원사 소각 계획을 막아내고, 폭격 명령을 거부해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김영환 공군 장군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합니다.

전각 문짝만 태워 화엄사와 주요 문화재를 지킨 경찰대 제2연대장 차일혁 총경과 선운사 소각 계획에 반대했던 김재환 전 고창경찰서 반암출장소장도 숨은 영웅들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표적인 사례나 인물들 말고는 여전히 6.25전쟁 당시 정확한 사찰 피해나 역할, 이름 없이 숨져간 스님과 불자들의 활동 등에 연구는 거의 전무합니다.  

김응철(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6.25와 관련해서 피해를 입은 사찰, 그리고 또 6.25 관련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던 스님들에 대한 기록들을 좀 정확하게 남기고 그것을 평가하는 작업들이 종단 차원에서 그리고 또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좀 잘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클로징 스탠딩>
전쟁의 포화가 멈춘 지 7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 불교계의 숨은 노력과 희생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는데요,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관련 자료 발굴과 연구가 절실해 보입니다. 

BBS뉴스 배재수입니다.

<촬영.편집 = 장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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