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해미읍성 일대 취재...곳곳에 천주교 기념물, 성역화 진척
종교 활용한 관광 자원화 몰두...지역 고유 문화유산 소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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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해미읍성 전경
서산 해미읍성 전경
 

< 앵커 >

충남 서산 해미읍성 일대에서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톨릭 성역화 사업이 전통문화유산 소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유구한 역사 유적을 특정종교 성지로 만드는데 자치단체가 일조한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준상 기자가 현장을 찾았습니다.

 

< 리포터 >

조선중기 충남 서부 내포지방 방어를 위해 축성돼, 오늘날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해미읍성.

나즈막한 성벽 안 쪽에 들어서면 과거 선조들의 삶을 재연한 작은 민속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빨래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 여름이면 펼쳐지는 씨름판이 과거로의 시간여행 느낌을 안겨줍니다. 

[신종예 / 서산 해미읍 주민]
"사월 초파일되면 이 성 전체 둘레에 연등 켜서 행사도 많이해요. 연등회 행사도 많이 해요. 여기 개심사도 있고, 마애삼존불, 서산 9경의 하나예요."

부처님오신날 즈음해 연등회가 열리고, 마을의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방불과 국보 서산 마애삼존불을 보유한 이곳 서산 해미읍성 일대는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서양종교의 상징 십자가로 뒤덮혔습니다.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읍성에서 조선시대 박해받았던 천주교 순교자들을 기리면서 이 곳은 한국 가톨릭의 대표적 순례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당시 서산시는 교황의 식사 메뉴를 내건 '교황의 밥상'과 순교자들이 목을 맸던 회화나무 화분을 판매하는데 열을 올렸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특정종교를 활용한 지자체의 도 넘은 관광 마케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특정종교 성역화 사업이 해미읍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

성벽 둘레길은 순례길로 명명된지 오래고, 해미읍성 측면엔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와 교황방문기념관이 들어섰습니다. 

이같은 성역화 사업이 사실상 자치단체 주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이 지역 전통문화유산을 오랫동안 가꿔온 불교계의 걱정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선광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
"국가 유적지가 국가 유적지로서의 전통이 무시되고 특정 종교의 성지로 탈바꿈돼 간다고 하는 것, 이건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가톨릭 순례자들을 불러모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자치단체의 취지가 납득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지만 공공재이자 시민 모두가 향유해야할 문화유산이란 점이 결코 외면받아서는 안된다는게 불교계의 주장입니다. 

[선광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
"경상도 언양 쪽에 가니까 동네 길을 천주교 순례길이라고 써놨어요. 그래서 이게 왜 천주교 순례길이냐 그러니까. 뭐 거기에 어떤 분이 한 분 돌아가셨다라는거야 그리고 그 묘가 있다라는 거야. 아니 그래서 천주교 순례길이면 내가 살던 내 고향에 내 동네에 내가 걸었던 길은 그러면 선광 순례길이냐 이거예요."

지역 주민들도 편향성 논란을 낳을 수 밖에 없는 지나친 가톨릭 성지화를 넘어 지역 종교와 문화를 포괄하는 실질적인 관광자원 육성과 인프라 형성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신종예 / 서산 해미읍 주민]
"(관광객이 많아서) 좋지요. 좋은데 쓰레기만 많이 놓고 가요. 솔직히 이야기해서. 여기가 지나가는 길이라, 서울에서도 가깝잖아요. 묵어가는 손님이 많으면 돈도 될텐데,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쓰레기만 많은 것 같아요."

역사와 전통에 기반하지 않은 특정 종교를 활용한 지나친 관광자원화가 자칫 우리 문화유산의 소외를 불러오진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BBS 뉴스 박준상입니다.

영상취재/편집 - 남창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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