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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 앵커] 월요일 권금주 기자와 함께 합니다. 잡[문]화상점, 권금주 기자 안녕하세요.

[권금주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전경윤 앵커] 이번주엔 어떤 주제입니까.

[권금주 기자] 이번주에도 전시를 하나 소개드리려 합니다. 저번주에 공교롭게도 사진전을 소개하면서 이번주엔 피하려고 했는데요. 그냥 넘어가기에는 또 다시 이런 조합으로 보기는 쉽지 않은, 아주 값진 전시가 있습니다. 이 전시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어서 끝나기 전에 한번 제가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전경윤 앵커] 그렇군요. 무슨 전시죠. 

[권금주 기자]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입니다. 

[전경윤 앵커] 전시가 이름부터 특이하네요. 무슨 내용입니까. 

[권금주 기자] 제목은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를 딱 한 마디로 집약했는데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불교미술 속 여성입니다. 고려와 조선 등 고대 사회에서 여성이 주요 대상으로 등장했던 불교미술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요. 불교 미술품을 직접 발원,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들을 전시는 조명합니다. 

[전경윤 앵커] 그렇군요. 흥미롭네요.

[권금주 기자] 네 그래서 전시 제목,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도 과거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늘에 가려진 주변인으로 존재했던 여성들이 그럼에도 주체성을 잃지 않고 자기로서 살고자 했던 청정한 노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 합니다. 

[전경윤 앵커] 사실 저는 이 전시를 알고 있었어요.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처음으로 국내에 전시 됐잖습니까.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는데, 여성들의 관점으로 조명한 전시였군요.

[권금주 기자] 맞습니다. 1907년 부여 절터에 발견된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불상이고, 또 함께 전시가 된 나전경함도 전세계에 단 6점만 남아있는 터라 굉장히 귀합니다. 소장처로 다시 돌아가면 볼 날을 기약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핫해질 수밖에 없는 전시였습니다. 

[전경윤 기자] 그야말로 정말 명품이죠. 

[권금주 기자] 맞습니다. 그럼에도 전시의 본래 기획 의도였던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습니다. 소개를 좀 드리려고 합니다. 

[전경윤 기자] 그렇군요.

[권금주 기자] 우선 조선 제13대 왕,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가 발원한 '영산회도'입니다.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영산회상도를 자색 비단 위 금선으로 그렸습니다. 왕실 후원이다보니 금이라는 당대에는 귀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불교 교단과 미술 후원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왕실 여성의 권위와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경윤 앵커] 문정왕후는 불교 중흥에 힘쓰며 미술 제작품 발원을 꽤 한 것으로 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여성들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를 했어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인목왕후가 직접 쓴 백지금자 불설아미타경
인목왕후가 직접 쓴 백지금자 불설아미타경

[권금주 기자] 그 쉽지 않은 걸 여성들은 해냅니다. 1621년 인목왕후가 그 주인공인데요 좋은 일로 작품에 매진했던 건 아닙니다. 인목왕후는 선조의 계비이자 그의 아들인 광해군의 계모, 또 영창대군의 어머니입니다. 광해군으로부터 영창대군이 죽임을 당하고, 인목왕후도 폐비가 됩니다. 

[전경윤 앵커]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죠. 

[권금주 기자] 네 당시 친정 일가족도 완전히 몰살 당하는데, 그 비극을 인내하고, 떠난 가족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직접 경전을 필사했습니다. 그 작품이 백지금자 불설아미타경입니다. 인목왕후를 모시던 궁녀가 또 자수로 직접 표지를 꾸몄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큐레이터는 어려운 시기를 불심과 미술로 이겨냈던 여성들의 노력이 돋보인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인터뷰 들어보시죠. 

[이승혜 큐레이터] 이분은 원래 서예가로서도 이름을 알린 역사 속에 많이 남아있지 않은 여성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그 광해군이 집정을 하고 서궁에 유폐되어 곤궁한 시절을 보낼 때 가족을 잃은 슬픔을 다스리고 또 부처님께 귀의해서 많은 사경을 남겼습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근과 은을 구해서 경문은 금으로 직접 써내려가고 또 발원문은 은으로 적었습니다.

[전경윤 앵커] 재밌네요. 작품이 많은가보네요. 

[권금주 기자] 세계 각국에 흩어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부로하, 불상 등 한중일 92 작품이 모였습니다. 처음 공개하는 작품들도 많아서 저도 존재만 알았던 작품들을 실제로 취재 중에 보았습니다. 

[전경윤 앵커] 직접 취재 하셨죠. 소개한 작품 외에 인상깊던 게 있습니까. 

[권금주 기자] 저도 취재의 본분을 잠시 잊고 작품을 오래 구경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고려 후기, 검은 감지에 금니로 그린 경전,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이라는 작품인데요. 진한국 대부인 김씨라는 당대 고위층 여성이 발원을 했는데, 이전 업의 불행으로 여자의 몸을 받았다는 한탄이 글자로 담겨있습니다. 당시 사회적 한계에 부딪혔던 여성의 고뇌가 보이지 않나 합니다. 

진한국대부인 김씨가 발원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진한국대부인 김씨가 발원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전경윤 앵커] 궁금합니다. 저도 주말에 한번 가봐야 겠어요. 

[권금주 기자] 국내에서 다시 보기 어려운 작품들부터 당대 여성들이 자신을 지키고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결과물들까지 다양하게 전시돼 있습니다. 또 호암미술관이 지난해에 완전히 새롭게 단장을 했습니다. 전시 공간 내부 말고도 앞에 호수가 있고, 주변 경관이 좋으니 좋은 나들이가 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전경윤 앵커] 알겠습니다. 권금주 기자였습니다. 

[권금주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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