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헌 부산반빈곤센터 활동가
-부산시설공단 공영장례 전용빈소 지적에 개선한 점 다행
-일반 장례식장과 공영장례식은 다르지 않아
-공영장례 적극 알리는 행정도 더 필요
-공영장례 조문단 실습과정서 많은 걸 느껴...장례업체마다 다른 부분에 놀라기도
-공영장례 빈소에 영정사진이 주는 의미는 매우 커
-본인이 원하는데로 장례 치르는 '내 뜻대로 장례'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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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 연 : 임기헌 부산반빈곤센터 활동가
● 진 행 : 박찬민 BBS 기자

 

부산 반빈곤센터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 이 부분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보자라는 그런 취지입니다. 여러분들도 방송 들으시면서 우리가 잊고 살고 있는 기본권에 대해 함께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부산반빈곤센터 임기헌 활동가님와 함께 합니다. 전화 연결하겠습니다. 임기헌 활동가님 안녕하십니까? (네 반갑습니다)

 부산영락공원 공영장례 전용빈소가 공간을 분리해서 운영하도록 개선된 모습.
 

지난 주 영락공원 공영장례 전용빈소에 대한 인터뷰가 나간 이후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임기헌) 지난 주에 영락공원 공영장례 전용빈소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운용 실태에 대한 부분과 함께 향후 개선방항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영락공원 측에서 1차적인 개선 조치를 해주셨는데요.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조치한 상황을 보면 한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리 정도 높이의 파티션(칸막이)을 두 줄 설치해서 제단이 세 구역으로 나누어졌고, 각 공간마다 향로와 작은 상을 놓아두셨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임시적인 조치로 보이는데요 적어도 앞으로는 과일 박스를 단상으로 사용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가 언론에 보도되어야만 가능한 일인지 솔직히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완료된 조치사항이 아니라 ‘존엄한 공영장례식장’ 이라는 공간을 향한 변화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지자체의 장례식장에는 일반 장례식 빈소와 공영장례 빈소가 다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영락공원 공영장례 전용빈소와 일반 장례식의 빈소가 차이 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만약 이 부분이 충분하게 보완되지 않으면 ‘차별’이라는 시선을 비켜가기 힘들지 않을까 매우 우려됩니다.

물론 이것을 위해서는 부산시와 시설관리공단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서 적정한 예산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만 갖출 것이 아니라 이 곳에 부산시민들이 조문하러 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영장례를 알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중요한 부분은 이러한 제도가 ‘예산 낭비’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장례업체가 있다면 이런 일을 맡는 것은 잘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지나가면서 듣기도하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업체를 보기도 했습니다. 모든 관련자와 단체 및 기관의 공영장례에 대한 의식 변화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시민 조문단 양성과정의 현장 실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을텐데요…지난 한 주 동안에는 어떤 소식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임기헌) 먼저 좋은 사례인데요. 동구의 A 장례식장에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교육생과 함께 6명이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고인은 안타깝게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의전 담당자의 친절한 설명과 조문객 응대로 대리상주 역할을 잘 해 주셔서 고인을 충분히 애도할 수 있었습니다. 고인에게 헌화하고 인사를 드린 다음 준비한 공영장례 조사(弔詞)를 낭독하면서 누군지는 모르지만 안타깝게 돌아가신 고인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나가지 않고 빈소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공영장례의 의미에 대해서 서로 소감을 충분히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영장례 조문단 양성과정 교육생들이 현장을 방문한 모습
공영장례 조문단 양성과정 교육생들이 현장을 방문한 모습

한편 사상구에 있는 B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는데요. 특이하게 이른 아침6시부터 장례식이 시작되어서 먼 곳에 계신 분들은 새벽 4시, 5시부터 준비해서 출근 전에 조문하기 위해서 B장례식장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앞 고인의 장례식이 지체되고 청소하는 시간 때문에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조문객 한 사람은 출근시간 때문에 조문도 못하고 그냥 가셔야만 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늦었지만 조문을 하려고 하는데 장례식장 직원이 응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니까 그제서야 술을 한 잔 따라주셨고 고인에 대한 설명은 단 한 마디도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이유는 실제 의전을 담당하는 장례업체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것 때문이었습니다.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공영장례 조문단 양성과정의 현장 실습 과정
공영장례 조문단 양성과정의 현장 실습 과정

정리하면, 그 다음 날 오전에 발인하는데도 그 전날 이른 오전 6시에 장례식을 시작했고 그것도 1시간 늦게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게다가, 실제 장례업체 담당자는 그 시간에 없었고 전혀 내용을 모르는 장례식장 직원이 나와서 응대를 했다는 것이죠. 그것도 아주 불친절하게요. 이 날 참여하셨던 조문단 한 분이 교육생 SNS방에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처음 참석하시는 분들은 혼자 가지 마시길 추천 드립니다. 장례식장이란 곳이 그동안 우리에게는 상주가 고마워하며 반겨주던 곳이었는데 반겨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 제가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라구요. 말씀드린 사례 2가지처럼 공영장례 실제 현장은 이렇게 장례업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운영되고 있고, 행정의 관리는 실제적으로 못미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공영장례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공영장례 상담센터(부산시 공영장례 조례 제12조)’가 부재해서 생긴 결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장례식하면 의례 빈소의 영정사진을 떠올리게 되지만...공영장례 빈소에는 영정사진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영정사진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임기헌) 네, 맞습니다. 공영장례 빈소에는 영정사진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정사진이 없거나 또는 있더라도 챙겨줄 가족이나 지인이 없기 때문이죠. 저도 공영장례 조문단 활동을 하면서 영정사진이 이렇게 중요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고인의 이름이지만 새까맣게 비어있는 영정사진 액자를 보면 마치 내가 큰 실수를 한 것 같고 너무 허전하고 미안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 고인의 사진 한 장 모셔둘 수 없다는 것이 존엄한 장례식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저희 센터에서 사실상 무연고자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은 쪽방주민들과 자조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그 분들 중에 지병 등으로 돌아가시는 일이 생기면 저희들은 제일 먼저 신분증을 찍어 놓습니다.  아니면 평소에 예쁘게 사진을 미리 찍어둡니다. 바로 영정사진을 만들기 위해서이죠. 이것은 우리가 그 분의 가족으로서 장례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비로소 그 분의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영정사진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백건의 공영장례 빈소 조문을 다녔는데 영정사진이 있는 경우는 대여섯 건에 불과합니다. 그런 경우는 지인이 있거나, 병들어서 부모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아들의 친구가 있거나, 마음씨 좋은 장례업체가 고인의 신분증을 찍었거나, 행정복지센터에서 마침 보관하고 있던 고인의 영정사진이 있었던 경우입니다. 존엄한 공영장례를 위해서는 고인의 영정사진 준비하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주 인터뷰 마지막에 진정한 시민장례식의 의미를 담은 ‘내 뜻대로 장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더욱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임기헌) 중요한 부분을 다시 강조해주신 것 같습니다. 친가족 등의 유무에 관계없이 자신의 장례식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소위 ‘내 뜻대로 장례’는 장례식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계정 정리, 반려동물에 대한 조치 등 삶의 마무리를 내 뜻대로 결정하는 ‘사후 자기결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생소한 용어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사후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내 뜻대로 장례’를 지원하는 NPO 단체 등 사업자가 100여 개 정도 활동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사후 자기결정권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대형로펌이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사후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시체가 처리될 수 있다면 기본권 주체인 살아있는 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독사와 무연고사의 개념조차도 혼용되고 있으며 통일된 기준이 없어서 고독사가 몇 명인지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허술한 관련 법 체계를 볼 때 ‘내 뜻대로 장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요원해 보이지만 초고령사회 진입과 1인 가구 증가로 홀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곧 닥쳐올 ‘내 뜻대로 장례’의 필요성을 미리 인지하고 ‘사후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준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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