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한탄을 넘어 죽음으로 몰고 있는 '전세 사기사건'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대책을 내놔도 시장에선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발리왕 사건'에 이어, 피해자 3명이 사망한 125억원대 전세 사기사건인 '건축왕 사건'이 터졌다. 또, 깡통주택 3천400여채로 전세사기를 벌인 '빌라의 신 사건' 등 지난해 부터 유사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전세금 피해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보면 이렇다. 2년8개월간 총161건을 분석한 결과이다. 주택가격 대비 세입자 임대보증금 비중, 즉 '전세가율'이 80%가 넘은 경우가 무려 12만1천여 건으로 집계됐다. 깡통주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더군다나, 전세가율이 60~80% 미만으로,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경우 '잠재적 깡통주택 위험군'도 11만1천여 건에 이르렀다. 전국에 최소 23만 가구의 깡통주택 위험군이 도사고 있다는 통계이다. 

정부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전세사기 매물 경매'

사태가 심각한데도, 정부 대책은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중단, 또는 유예를 지시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19일 인천에선 피해주택 11채가 예정대로 이뤄졌다. 정부가 긴급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사이에도 '전세 사기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되었다. 

실제 지난 19일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선 전세사기 피해주택 11채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1채가 낙찰됐는데,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의 전세사기에 당한 피해자 조현기 씨(45)의 집이었다. "매번 하루만, 한 주만 버티자는 심정이었는데, 이제 정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망연자실 했다. 

조 씨는 결국 전세보증금 6천200만 원 중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소 변제금' 2천2백만 원만 건진 채 조감간 집을 비워줘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었다. 전세계약은 10월까지 6개월 가량 남아있지만, 경매 낙찰자가 '1개월 내 잔금'을 내고, 등기 이전을 완료하면 기존 전세계약의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집 넘어간 피해자들...마땅한 구제책 없어 

정부가 뒤늦게 '경매 유예카드'를 내놨지만, 그 사이 집이 낙찰된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은 마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를 보면, 3월 말 기준으로 1천523호가 '임의 경매', 즉 '담보권 실행 경매'로 넘어갔다. 이 가운데 87호는 아예 매각됐는데, 실제는 이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4월 기준 이 보다 30세대가량 많은 106세대가 이미 경매에서 매각됐다고 밝혔다. 미추홀구에서만 2022년 11월 7일부터 첫 매각 세대가 나오기 시작해, 정부가 '경매 유예 방침'을 발표한 4월19일까지도 낙찰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매각이 빠르게 이뤄진 세대에선 이미 낙찰자가 퇴거를 요구하면서, 집을 급하게 비워준 사례도 속출했다. 또, 일부 세대는 퇴거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도 이른바 '건축왕 A씨(61)'는 2022년 2월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접하고, 급히 연락한 B씨에게 '경매를 직접 받으시죠'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경매 안 넘어간다'며 호언장담하던 중개 부동산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사실관계 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으면서, 말그대로 전전긍긍(戰戰兢兢)이다.

전세 피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소급 회복-처벌해야 

전세피해가 극심한데 대해 사법부도 엄벌에 처하고 있다. 가중처벌한 판례이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이상 전국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관련 판결문을 보면, 대다수 사건에서 전세사기를 '가중처벌 대상'으로 판단했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 남인수 부장판사는 126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2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2022년 11월 징역15년을 선고하고, 9억9천4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전세보증금 등과 관련해 사기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이다. 사기죄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인데, 한 명의 피고인이 여러가지 사기죄를 범하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주거의 안정을 위협닫게 됐었을 뿐 아니라, 재산 대부분에 해당하는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입고, 삶 전반에 걸쳐 타격을 입게 됐다"며, "죄질이 특히 불량하다"고 호령(號令)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도 올해 2월 전세 사기범죄에 대해 "반드시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사안이 무거울 경우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죄에 상응하지 않은 형이 선고되면, 적극적으로 항소해,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법에 근거한 강력한 대응이다.

법과 법리가 허용하는 최대치 동원해 '특별 대응' 해야 

하지만, 법리를 따져서, 피해자에 대해 소급해 권리를 회복해 주거나, 가해를 소급처벌할 있는 방안도 제기된다. 정서적으로 충분하다. 워낙 사안의 심각하고 중대한데다 엄중하기 때문이다.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정서적 반응인데, 법이 허용하고 법리가 허용하는 최대한을 동원해서 '전세사기'에 대해 특별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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