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덕수 국무총리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한덕수 국무총리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21일 부산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박형준 부산시장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총리실 출입기자단이 부산엑스포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을 관람한 뒤 총리와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마주한 다소 낯선 풍경이었다.

한 총리는 그 당시를 자신의 SNS에 이렇게 소회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님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얼마나 진력을 다하시는지요. 유치에 성공하면 제가 사비를 털어서 동상이라도 세워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박 시장님은 도리어 저에게 은인이라며 선물을 주시더군요. 상자를 열어보니 부산엑스포 로고가 새겨진 운동화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결정까지 8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새 운동화 끈 질끈 동여매고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운동화를 선물한 박 시장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덕수 총리는 부산 시민들에게 은인과 같은 분이다. 엑스포 유치에 정말 열정과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어 주시고 있다. 총리님 모시고 해외 다니고 그러면 이 시기에 국무총리를 한덕수 총리님이 하고 계시다는 게 저희로서는 너무 큰 복이다. 부산이 아직도 신발 도시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엑스포를 위해 열심히 뛰시기 위한 신발을 선물 드립니다.” 

한 총리와 박 시장의 케미는 이쯤에서 건너뛰자.

 한 총리와의 기자간담회 이전에 부산역에서 집결한 총리실 출입기자단은 수소전기버스를 타고 부산여객터미널에 있는 부산엑스포 홍보관을 먼저 찾았다. 부산엑스포의 정식 명칭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다. 

아직 완성되지 않아 비공개로 본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을 보고서야 그동안 활자로만 접해 실감나지 않았던 부산엑스포의 윤곽을 따라 잡을 수 있었다. 

조유장 부산시 엑스포본부장이 엑스포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조유장 부산시 엑스포본부장이 엑스포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와 관련한 설명회는 조유장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의 브리핑에 이어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도 적극 나섰다. 

엑스포의 역사부터 시작돼 왜 우리가 엑스포를 유치해야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설명은 길어졌고 질의응답도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이어졌다. 

엑스포란 단어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등록엑스포를 유치한 적이 없다. 다들 대전엑스포와 여수엑스포를 떠올리겠지만 그 두 번의 엑스포는 인정엑스포로 치러졌다. 

자료=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 제공
자료=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 제공

등록엑스포와 인정엑스포의 차이는 크다. 

우리가 개최한 대전과 여수엑스포는 인정엑스포인데 기간도 등록엑스포에 비해 행사기간이 최대 3개월로 등록엑스포의 절반에 불과하고 전시 면적도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인정엑스포는 주최국이 모든 시설을 건립해야 하지만 등록엑스포는 개최국이 부지만 제공하고 참가 국가들이 자신들의 전시관을 지어야 한다. 

등록엑스포는 가깝게는 상하이엑스포를 떠올리면 된다. 

등록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묶여져 3대 메가 이벤트로 불린다. 전 세계에서 이들 3대 메가 이벤트 유치에 성공한 나라는 6개 나라에 불과하고, 우리가 부산엑스포에 성공한다면 7번째 나라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29조 원으로 추산됐고, 2002 월드컵은 17조 원, 부산엑스포 유치가 성공한다면 61조 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 정부 엑스포 유치위원회의 설명이다. 
 
2030 엑스포 유치에 도전장을 내민 나라는 4곳이다. 부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4개 도시다.

올 11월 세계박람회기구(BIE)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확정되는데, 그에 앞서 4월 2일부터 7일까지 BIE 실사단이 부산을 찾는다.

실사단은 이 기간 동안 개최 여건과 실행 가능성, 유치열기 등 14개 항목 61개 세부사항을 평가하게 된다. 

부산엑스포 예정지.(사진=부산 2030엑스포추진본부 제공)
부산엑스포 예정지.(사진=부산 2030엑스포추진본부 제공)

앞서도 잠시 언급됐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의 엑스포 유치 열정은 대단했다. 그는 "부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점"을 유독 강조했다.

박 시장은 부산 엑스포가 기후 변화를 처음으로 주제로 삼은 행사임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부산이니셔티브는 일회성의 물량 공세가 아닌 '더불어' 발전하는 모델 제시가 핵심이다.

우리나라가 겪었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한 경험과 노하우를 많은 개도국과 개발에 뒤쳐진 국가들과 공유하고, 우리나라가 도와주겠다는 것이 부산이니셔티브다.

“이번 부산엑스포는 단순히 선진 기술들이나 상품들을 전시하는 그런 엑스포가 아니라 세계가 공동으로 안고 있는 문제, 특히 발전도상국들이 각 나라에서 자기 나라의 문제로 현안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대한민국과 함께 협력을 해서 솔루션을 만들고 그 솔루션을 전시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엑스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이 부산엑스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이 부산엑스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은 이를 위해 양국-다자 간 ODA 사업 금액의 증액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이 이런 제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총리실과 부산시, 엑스포 조직위는 한목소리를 냈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 플랜을 세워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개발도 함께 하자는 부산인니셔티브는 부산엑스포 유치의 핵심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 주 부산의 주요 도로엔 벚꽃 등이 본격적으로 개화를 시작했다. 실사단이 올 시기에는 부산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꽃대궐이 펼쳐지며 실사단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실사단은 우리나라에 앞서 사우디를 다녀왔다. 황량한 사막 땅에 그려질 신기루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풍부한 바다를 보여주고, 벚꽃으로 물든 도시의 밝은 색도 보여주게 된다. 

실사단의 평가 보고서에는 바다 향과 꽂향이 가득 담기기를 기대한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1박 2일의 짧은 여정을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 출입기자단은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는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이 부시장은 부산 유치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부시장은 2025 엑스포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시와의 연대를 통해 시너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고베 총영사를 지낸 이 부시장의 경력이 최근 한일 정상회담으로 해빙기를 맞고 있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협력 통로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 측의 협조가 약속된다면 직전 개최국이자 두 번째 엑스포를 개최한 오사카의 벚꽃 길과 부산의 벚꽃길이 이어져 부산엑스포 유치 희망이 더 부풀어 오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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