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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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진행 : 신두식 BBS 경제산업부장

신두식 :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경제인들도 자주 만나게 되는데요. 우리나라 290여만 여성 경제인을 대변하며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는데요. 바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입니다. 오늘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정한 회장과 함께 협회의 주요 활동과 계획, 그리고 기업인으로서의 활동 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잠시 후에 계속하겠습니다.

 

신두식: 오늘은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님 모셨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이정한 : 반갑습니다.

신두식 :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부터 해주시죠.

이정한 : 저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법정단체로 295만 여성 기업인을 대변하여 여성 경제인의 권익 보호와 여성의 기업활동 촉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 중입니다. 전국에 18개 지회가 있으며 8,100명의 회원이 협회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두식 : 전국의 지회 분들이랑 같이 모이는 기회도 매년 갖고 계신가요?

이정한 :네, 1년에 한 번씩 저희가 경영연수를 하면서 전국 지회가 한 번에 모이고 있습니다. 올해는 제주도에서 12월에 합니다.

신두식 : 그렇군요. 작년에는 어디서 했죠?

이정한 : 울산에서 했습니다.

 

신두식 : 작년에는 울산에서 하고, 돌아가시면서. 지난해 1월 1일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10대 회장으로 3년 임기를 시작하셨는데. 올해 임기 2년차이신데 그동안의 활동, 그리고 소감은 어떻습니까?

이정한 : 작년 1년 동안은 제가 18개 지회를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돌면서 지회를 갔을 때 꼭 협회 회원사를 한 곳이나 두 곳을 꼭 방문했습니다. 현장방문을 하면서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까 1년이 금방 가더라고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1년이 후딱 갔고 지금 2년차로 접어들면서 저희가 안 하던 여성인재 미래CEO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여성기업주간이, 작년에 여성기업주간이 첫 해였고 올해는 두 번째고. 작년에는 예산을 1억 밖에 못 받아서 우리 임원들이 후원해서 치렀고 올해는 예산을 조금 더 여유있게 받아서 전국 18개 지회에 지원을 해서 전국을 풍성하게 잔치로 만들려고 해요.

 

신두식 : 최근에 다녀오신 기업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어떤 목소리를 듣고 오셨습니까?

이정한 : 이번에는 수출을 하려고 하는 기업을 한 번 제가 다녀왔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가 하려고 하니 제약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자재 물가는 올랐는데 상대편 나라에서는 그 전에 받았던 단가가 있으니까 올려주지를 않고. 대한민국은 인건비가 갑자기 뛰었잖아요? 2~3년 동안에? 최저임금이 굉장히 많이 올랐어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서 수출을 해서 이익을 봐서 전에는 꽤 짭짤했는데 지금은 잘못하면 손실을 보게 생겼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은 국가 차원도 아니고, 수출 선적비도 굉장히 올랐잖아요? 그래서 그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줘야 할지. 그렇다고 이쪽에서 단가를 올리다 보면 중국이나 터키나 이런 데하고 단가가 안 맞아서 굉장히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신두식 : 우리나라 여성 기업의 현황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여성경제인협회의 도움을 받고 있는 곳은 얼마나 되는 건가요?

이정한 : 우리는 전국의 18개 지회에 창업보육센터가 있습니다. 창업보육센터에서는 각 지역에 한 10개에서 20개 보육실이 들어가 있는데 많은 혜택을 주고 있죠. 정부 정책이라든지 아니면 여성기업 우대법률에 의해서 할 수 있는 정책은 다 해주고 있습니다.

 

신두식 : 요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서 겪는 어려움들도 있을 테지만 여성 기업인이어서, 좀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이정한 : 이건 제가 이영 장관님이 늘 쓰는 말을 써서, 남성들은 산소 같은 인맥이 있잖아요? 여성들은 우선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기술력이나 마케팅 같은 데서 아무래도 조금 부족합니다. 그리고 여성 기업들은 대기업 1차 벤더, 삼성전자의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이런 1차 벤더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그런 데가 거의 없잖아요? 그건 거의 남성들 사업이잖아요? SK나 이런 데. 그래서 그런 데서 연구나 첨단 시스템 같은 것을 먼저 개발하고 치고 나가야 되는데 여성 공학도라든지, 아직은 그런 기술력 같은 데서 많이, 우리는 대기업의 2차나 3차 벤더들, 여성 기업들은. 그리고 거의 소규모가 많고요. 그리고 여성 기업들은 매출이 1억을 하든 10억을 하든 100억을 하든 1,000억을 하든 1조를 하든 여성 기업으로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면 엄마, 아이들을 케어해야 되고 살림을 해야 되니까 그게 공통적으로 다 아픔으로 하나의 같은 아픔이 되더라고요. 동질감이라고 해야 되나. 엄마이면서 여성 CEO고, 그리고 여성 CEO이면서 집에 가서 주말에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 일주일치를 해놓고 그렇더라고요. 저부터도 그러거든요. 저부터도 주말에는 찌개나 이런 것을 한 솥씩 끓여놔야 되거든요.

 

신두식 : 그러니까 기업인으로서의 역할도 있고 가정에서의 역할도 있어서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니까 워킹맘으로서의 삶도 있어야 되고, 그래서 더 바쁜, 힘든 생활을 하실 수밖에 없다, 그런 말씀인가요?

이정한 : 요즘 젊은 여성 CEO한테 물어봤더니 다 아이들 아침에 어린이집에 맡겨야 되고, 또 데리러 가야 되고. 젊은 CEO들은 그 아픔을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저도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굉장히, 자는 아이한테 가자고 하면 이 아이가 베개를 끌어안고 차에 탔거든요. 그러면 옷을 한 네다섯 벌 챙겨가서 중간중간 갈아입히고, 왜냐하면 개구지다 보니까 막 재밌게 놀다 보면 금방 옷이 더러워지더라고요. 갈아입히고 하다 보면. 지금은 그래도 어린이집 이런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괜찮은가보다 했더니 코로나 때는 보내지도 못하고 하니가 다 데리고 다녔더라고요. 그런 아픔을 전해줄 때 저는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번에도 여성부장관하고 이야기할 때 그럼 좋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밥 챙겨 먹고 클 수 있을 동안 아기 기숙사를 지어줘라. 엄마 아빠가 시간이 있을 때는 거기 가서 함께 생활하고 오고 아이는 놓고 마음껏 일할 수 있지 않느냐. 왜냐하면 무언가 개발하고 만들 때는 날밤을 새워서 할 때가 많거든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야 된다. 지금은 저도 직원들이 많이 해주고 하지만 과거에는 제가 막 공장장하고 둘이 만들고 할 때는 공장장 밤 12시에 퇴근하면 저는 그 다음 날 새벽 2~3시까지 혼자 만들어보고 이랬거든요. 그것 하나가, 아이 키울 때. 밥이야 안 먹을 수 있지만, 밥 없으면 빵 먹고 살 수도 있잖아요? 커서는. 그런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의 손길이 가야 될 때는 그게 참 안타깝더라고요. 젊은 CEO들이 저번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일 때 같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신두식 : 옛날 생각 하셨겠네요.

이정한 :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신두식 : 실제 현장에서 여성 기업과의 수의계약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야기도 들리던데요. 이 부분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이정한 : 지금 우리나라에서 여성 기업 수의계약을 하도록 나라에서 만들었어요. 그런데 저도 여성 기업들하고 같이 공기업 같은 데 간담회를 가보고 하면 실제로 공기업들은, 도나 공기업들이 있죠, 발전소라든지 도시공사라든지 이런 데는 자체 감사실이 있어요. 자체 감사실에서는 수의계약이 2천만 원 이하잖아요? 보통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인데 그 이상은 안 해줘요. 왜냐하면 감독들이 자체 감사를 받고 문제가 발생할 때 모든 책임을 감독부서에서 지잖아요? 정부에서는 5천이고 1억이고 수의계약 할 수 있다. 이게 할 수 있다지 해야만 한다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현장의 목소리하고 많이 다르고 공기업들이 자체 감사를 풀어줘야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신두식 : 여성 기업을 위한 정책들이 나오다 보면 또 반대편이라고 할까요? 일각에서는 여성 기업에만 특혜를 줘야 하느냐, 이런 목소리도 간혹 나오고 하거든요? 여성 기업인으로서 그런 정책들이 있어야 되는 이유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정한 : 우선 우리 여성이 사회 참여가 늦었잖아요? 그리고 기술 참여도 여성은 많이 부족하고요. 이랬을 때 미국이라는 선진국에도 보면 약자기업으로 해서 여성기업을 많이 우대해줘요. 그런데 대한민국처럼 우대해주겠다고 만들어놓고 우대는 안 해주고 그리고 남성들이 남성들 차별을 한다고 하지만 실상 그다지 여성기업을 우대하라고 했는데 정말로 우대는 아직 현실에서는 많이 안 이루어져 있어요.

 

신두식 : 많이 느끼지 못하신다는 거죠?

이정한 : 그리고 옛날 같은 경우는 우리 여성 기업에 의뢰가 와서 저희들이 추천해주고 했지만 지금은 무늬만 여성기업이 많잖아요? 여성기업 확인제도를 해서 시행을 하는데도 공기업 같은 데 보면 남성들이 부인, 처제 앞으로 내놓고 영업은 다 남성들이 하더라고요. 이런 것은 좀 걸러져야 되지 않나. 말은 여성기업 우대정책, 여성기업을 위해서 이런 것을 정부에서 발표도 많이 해요. 그러나 우리 여성기업들, 정말로 일하는 여성 기업들은 그 혜택을 많이 못 보고 있어요.

 

신두식 : 여성 기업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어떤 지원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보시는지, 협회 차원의 지원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정한 : 아직 협회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봐요. 협회에서는 단체 목소리를 내는 거고 그 다음에 여성 기업을 돕기 위해서 공기업이나 이런 데 간담회를 열어준다든지 아니면 여러 가지 지원방향을 쏘고 있는데 제가 30여 년 여성 기업을 해온 상태로 하다 못해 R&D 사업도 정부 정책에서 R&D사업을 하게 되면 남성하고 여성하고 지원받으려고 하다 보면 남성들한테 기술력이 뒤지게 때문에 여성 기업들이 많이 선택을 못 받는 것, 점수에서 많이 깎이거든요? 저는 여성 전용 R&D 자금도 만들어서, 전에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사용을 안해서 다시 회수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장관님하고 만나면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신두식 :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R&D 자금 지원이 되면 가능할까요?

이정한 : 우리가 R&D를 하다 보면 그래도 남성 기업들이 공학도가 많잖아요? 여성은 아직 그쪽 기술력이나 공학을 갖춘 여성들이, 지금은 그래도 많이 젊은 층에서 쏟아져 나오고 기술 창업들은 여성 기업들이 많이 하고. 그런데 지금 자리 잡고 있는 40대 이상은 아직 그게 부족해요.

 

신두식 : 그렇군요.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이 시간에는 출연하신 분이 좋아하는 노래나 음악을 들려드리는 시간이 있는데요. 바로 명사의 음악시간입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정한 회장님은 어떤 노래 듣고 싶으십니까?

이정한 : 저는 패티김의 <이별>을 좋아합니다.

신두식 : 이 노래를 특별히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정한 :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돌아가실 때 저를 옆에 앉혀놓고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으실 때 그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신두식 :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어요?

이정한 :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습니다.

신두식 :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이정한 : 저희 아버지가 환갑이었어요. 그때.

 

신두식 : 일찍 돌아가셨네요. 그러면 굉장히 나이차가 있으시네요? 형제 분이 많으세요?

이정한 : 8남매 중 막내딸입니다. 저희 아버지가 국민학교 3학년까지 저를 업어주셨어요.

 

신두식 : 그런 기억이 있으시군요.

이정한 : 그리고 항상 무릎에 앉혀놓고 키우셨고. 그래서 저는 국민학교 1학년 들어갈 때까지 저희 아버지가 나이가 많은 걸 몰랐어요. 나이가 많다는 걸. 1학년 딱 들어갔는데 저희 아버지는 두루마기에 한복을 입고 오셨고 친구들 아버지는 양복을 입고 오셨고. 그래서 제가 우리 아버지 딸 일어나보라고 했는데 제가 안 일어났어요. 우리 아버지가 할아버지더라고요.

 

신두식 : 그러셨군요. 어렸을 때의 기억을 가지신 노래군요. 패티김 씨의 <이별> 듣고 계속하겠습니다.

 

 

오늘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정한 회장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아버님을 생각하는 노래를 한 곡 들어봤는데요. 회장님께서 기업체를 운영하신지 30년이 넘었다, 이렇게 들었습니다. 어떤 기업체를 운영하고 계신지 소개해주시죠.

이정한 : 저는 제가 우리 회사를 설명할 때 현대판 대장간을 하고 있다고 하거든요? 철판이나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판 비철 금속을 가지고 제관판금을 만든다든지. 저희는 주문제작이에요. 반도체 장비에 제관판금을 한다든지 아니면 소방설비의 바스켓 같은 것을 만든다든지 아니면 우리나라 초콜릿 배합기계, 드라이 콘체를 라인을 다 만들고. 그 다음에 발전소에 석탄이 오면 하역기 스크류 같은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신두식 : 여러 가지를 하고 있으시군요. 기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30여 년 동안 하시면서 그때그때 어려운 시기가 달랐을 것 아닙니까? 그동안 지나오시면서 경험하신 것 중에 소개해주실 것이 있나요?

이정한 : 사람은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제가 부도를 맞을 때 부도를 맞고 나면 그걸 갚아야 되잖아요? 갚기 전에 또 막고, 또 막고 그래서 그 빚을 10년 동안 갚았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때 오죽하면 물건 살 돈이 없어서 저희가 현대제철, 지금은 현대제철이지만, 대리점을 했었어요. 했다가 옛날에 삼미스테인리스 이런 대리점을 했다가 반납을 했어요. 물건 산 돈을 줄 수가 없어서 반납을 하면서 외상값을 내가 이렇게 부도를 크게 맞았는데 문을 닫고 갚을 테니까 좀 봐다오. 그 대신 필요한 것은 현금 주고 사겠다. 그렇게 하면서 제가 저희 거래처들 보고 물건을 사달라, 그러면 제가 가공을 하겠다. 그렇게 해서 살아왔던 거죠.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고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그리고 또 저희 직원들하고 똘똘 뭉쳐서 일을 하다 보니까 더 단합도 됐고. 그렇게 해서 10년의 세월을.

신두식 : 그때가 언제에요?

이정한 : IMF 전 해부터.

신두식 : 97년 그때겠네요.

이정한 : 10년 동안 정말 형제들 돈 다 갖다 쓰고 그랬거든요. 형제들 돈 쓰고 또 직장 동료들, 남자 직장동료는 장가갈 돈도 빌려줘서 제가 그것도 장가가기 전에 갚는다고 해서 갚아주고. 하여튼 눈물겨운 10년을 살아왔더니 어지간한 어려움은 까짓 것 옛날에서 있었는데, 하고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신두식 : 어떻게 보면 금속 관련, 비철금속이라든가 금속 관련, 그리고 판금, 제철 이쪽 분야가 남성성이 강한 분야잖아요? 여성으로서 이 부분을 할 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이정한 : 제가 경쟁하는 사람들이 다 남성이에요.

 

신두식 : 지금 여성경제인협회이시잖아요? 여성 경제인과 어울리게 되신 것은 또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이정한 : 저는 남성들하고만 하다 보니까 청바지에다가 점퍼 입고 모자 눌러쓰고 다녔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30대 때니까 거래처 가면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잖아요? 그러면 50 다 됐다고 그래요. 한 스무 살 올려서 말했거든요. 그래서 그때 오십 정도 되셨던 지금은 회장님 되신 분들이 지금은 칠십 됐겠네, 그러세요. 그래서 재미도 있기도 한데 그때는 어린 나이면 무시했잖아요? 나이를 스무 살이나 올려서 말하고 그랬고. 영업을 하러 가면 분명히 우리를 줄 듯 해서 제가 오잖아요? 그러면 그 다음에 계약하러 오라고 안 해요. 산소 같은 남성들의 인맥, 형하고 술자리 하고 나면 그 집이 우리보다 잘 못 만들어도, 단가가 그 집이 비싸더라도 거기를 주더라고요. 여성이라 그런 설움을 많이 받았죠. 그래서 제가 술을 배우느라 굉장히 노력했어요.

 

신두식 : 술을 또 그것 때문에 배우셨어요?

이정한 : 왜냐하면 그래도 술자리는 가야 되겠더라고요. 저녁은 같이 먹어야 되겠더라고요. 그래야 우리 회사를 설명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 직원 하나를 데려가면 우리 직원은 저를 지키느라 못 먹고, 그리고 저는 술을 먹어가면서 영업을 해서 좋다, 그러면 제품을 만들게 10개다, 그러면 5개 달라 해도 안 주거든요? 거기에 6개 주고 나 4개만 줘라. 그렇게 해서 시작을 했죠. 내가 4개 만들어가도 똑같은 단가인데도 우리 제품이 빛이 나니까 나중에는 우리 것을 쓰게 되더라고요.

 

신두식 : 여성 경제인들 고민을 앞에서도 좀 언급해주셨지만 아무래도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것일 텐데요. 그래도 지금은 자녀 분들이 다 성장을 해서 어머니가 여성 경제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은데 자녀 분들한테 들으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이정한 : 저희 아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자기는 평범한 여자를 결혼할 거라고, 항상 집에 있는, 집에서 반겨주는. 그러더니 지금은 엄마, 우리 부인 일할 거 없을까, 물어보더라고요. 왜냐하면 하도 엄마가 밖으로 도니까 그런 것 같았어요.

신두식 :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정한 :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가끔 해주더라고요.

 

신두식 : 그러시군요. 그러면서 어떻게 여성경제인협회의 회장까지 하시는데 여성 경제인들과의 교류도 있었을 텐데요. 좀 계기가 있으셨어요?

이정한 : 제가 경기지회장을 하면서 경기지회 회원들을 하나하나 다 방문을 해봤어요. 저는 남성과 싸워서 하는 사업이지만 여성 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해서 하나하나 다 찾아봤는데 정말 예쁘고 아름답고 그런 여성들이 어떻게 저걸 해? 라고 할 정도로 험한 일도 많이 하고. 쓰레기 소각장에서 지저분한 일을 하는 사람도 봤고 손톱 밑에 때가 새까맣게, 구리전선, 폐기물 이런 것을 골라서 하는 여성 사장도 봤고. 그런 걸 보니까 똑같은 아픔이잖아요. 업종은 달라도. 그런 걸 보고 나서 지금은, 왜냐하면 여성 기업을 떠나서 중소기업 혼자서 가기는 힘들어요. 여성 기업들끼리라도 엮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경기지회장을 하면서 이 업체는 여기와 같이 MOU 맺어서 조인해서 같이 납품해라,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러면서 매출이 저보다 작던 업체들이 더 커지는 것도 제가 봤어요. 그리고 정말 똘똘해서 수출만 하는 기업도 보고. 그런 걸 봤을 때 여성들도 소리 없이, 매출이 좀 작다 뿐이지 일은 똑같이 하는 거잖아요. 참 아름답게 사는 여성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아픔을 제가 갖고 있다 보니까 어느 날 경기지역에서 여성들이 사업을 한다, 누가 애로점이 있다고 하면 은행지점장이나 신보지점장들이 이정한 사장을 한 번 만나봐라, 해서 막 추천해서 여성 기업들이 많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여성 기업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까 서로 장단점을 보게 되더라고요.

 

신두식 : 여성 기업인들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정한 : 여성 기업이라고 해서 못할 게 없거든요? 그런데 여성 기업은 특히 남성들보다 신의, 성실, 정직 이걸로 지면 안돼요. 왜냐하면 남성들은 한 번 실수를 했어, 형, 내가 술 한 잔 먹으면서 이번에 실수 했는데 다음에 이거 만회할 수 있도록 나 좀 도와줘, 하면 넘어갈 수 있잖아요? 산소 같은 인맥이라. 그런데 여성은 한 번 실수를 했다거나 신뢰를 져버렸다거나 하면 아, 걔가 그래, 여자라 그렇지 뭐, 아직도 사업 쪽에서는 다 그렇게. 한 번 저희 같은 경우가 만약에 약속을 어겼다, 그러면 그게 굉장히 일파만파로 퍼지거든요. 저는 우리 회사가 손실을 아무리 크게 보더라도 제가 약속한 것은 꼭 지켜주거든요. 납품을 하기로 했어요, 만약에 이걸 1천만 원에 납품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원자재가 팍 올랐어, 갑자기 이 제품들이 생산이 안돼, 그러면 이게 단가가 배로 오르잖아요? 그래도 제가 우리 직원들하고 나는 한 번 약속한 것은 꼭 지켜야 된다고 해서 신의, 성실, 정직을 무기로 이제까지 왔더니 그래도 그 사장한테, 그 회사한테 물건을 맡기면 절대 실수가 없다, 그건 철칙으로 남더라고요.

 

신두식 : 올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주요 목표나 계획은 어떤 것인지 좀 말씀해주시죠.

이정한 : 우리는 올해 목표가 올해 첫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미래여성인재 여성CEO 육성사업이거든요? 여고생들, 특성화고등학교나 여상, 여대생들을 저희가 올해 한 5~600명 정도 해서 워크샵도 하려고 하고. 이 학생들한테 여성CEO의 꿈도 심어주지만 우리 여성 기업들하고 매칭을 시켜서 일대일 매칭을 해서 케어를 좀 하고. 그리고 우리 여학생들한테 자존감을 심어주는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신두식 : 시간이 다 돼가지고 이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혹시 한 마디 짧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죠.

이정한 : 과거에 저희 엄마가 그런 말을 했어요. 돌아가시기 전에. 이 세상이 너무 살기 좋다고. 저희 엄마들 때는 양잿물로 냇가에 가서 빨래하고 불 때서 밥해먹고 그런 시절이었잖아요? 그런데 제가 또 지금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좋은 세상에 살잖아요? 그래서 세상은 갈수록 살기 좋구나. 여성이라고 해서 못할 게 없거든요. 그리고 대한민국에만 시선을 멈춰 있지 말고 세상을 바라봐라. 그리고 언제나 글로벌을 바라봐야만 되고 돈이 생기면 여행을 떠나서 꿈을 키웠으면 좋겠더라고요. 여성은 나는 이것밖에 못해, 하지 말고 여성도 유니콘 기업으로 클 수 있는 자질들이 충분하거든요. 섬세하고.

 

신두식 :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여성 기업 지원에 더 많은 역할 해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한 : 감사합니다. 반가웠습니다.

신두식 : 지금까지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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