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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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진행 : 신두식 BBS 경제산업부장

 

신두식 :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노동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어느 정권보다도 노동개혁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노동개혁의 주체가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 모두인 만큼 노사 간의 이익과 분쟁 조정을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중앙노동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태기 위원장과 함께 노동개혁과 관련된 현안 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잠시 후에 계속하겠습니다.

오늘은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님 모셨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김태기 : 네, 안녕하세요?

신두식 : 먼저 중앙노동위원회, 아는 분들도 많을 테지만요. 그래도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청취자들에게 소개부터 해주시죠.

김태기 : 노사분규를 노동위원회가 항상 조정 이런 것을 도와줍니다. 쉽게 말해서 파업 피할 수 있도록. 그런데 그런 사건보다 요즘 점점 많아지는 것은 일반 직장인들이 생활하다 보면 징계, 심할 때는 해고, 차별, 또 최근에 많이 떠오르는 성희롱 사건 이런 부분들까지 사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노동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 갈등 분쟁을 해결하는 그런 기구입니다.

 

신두식 : 중노위라고 하는데, 노사 간의 조정심판기관으로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균형잡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위원장님은 어떤 점을 강조하고 계십니까?

김태기 : 우선 우리가 노동위원회라고 한다면 참 특이한 부분이에요. 어떻게 보면 행정기관인데, 그런데 행정기관이 구성이 어떻게 되냐면 노동계, 경영계, 공익, 노사공 3자로 구성됩니다. 그 이유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정부의 독립이 되어야 하고 그리고 노사가 서로 견제할 수 있고, 그리고 공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이런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 안에 있어서는 중립성 부분은 담보가 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사건에 대해서 서로 긴장 관계죠. 왜냐하면 어떤 경우는 근로자들의 권리구제 부분을 굉장히 중시하는데 또 반면에 있어서 그만한 다른 목소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균형을 잡아줘야 되고 사실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되는 그런 데가 노동위원회입니다.

 

신두식 : 노동계하고 경영계, 그리고 공익 3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안에 따라서 팽팽하게 맞설 때도 있지 않습니까?

김태기 : 그럼요. 최근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오는 것이 사실 노동위원회 내에서도 의견이 막 나뉘어요. 예를 들어서 지노위라고 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 지방노동위원회의 위원들의 판단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들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생기고요. 그런 부분들은 새로운 유형의 분쟁들이니까 의견이 막 엇갈리는 이러 부분이 생기고. 최근에 CJ대한통운 이런 부분들, 그런 부분들이 신문에도 많이 나오고 했습니다만 그게 지금 노동위원회 내에서도 초심과 재심이 다르죠. 그리고 법원에서도 또 다릅니다. 제가 볼 때는 그런 부분들이 자꾸 등장하고 있죠.

 

신두식 :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따르지 못할 때는 법원으로 가잖아요? 그런데 만약 최종 대법원까지 갔을 때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뒤집히는 경우가 어느 정도 되나요?

김태기 : 대략은 이제 지방노동위원회 사건이 접수가 되잖아요? 100개 정도가 접수가 된다고 치면 대략 90% 정도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정하면 다 끝납니다. 10% 정도가 법원으로 가거든요? 법원에 가서 판정을 보게 되면 대략 그중 8~90% 정도는 노동위원회의 손을 들어줘요. 결과적으로 100건 중에서 대략 98%, 100번이라 하면요, 그 정도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유지가 된다. 대략 98% 정도가 저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신두식 : 중앙노동위원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네요. 노사 간의 현안 조정을 위해서요. 그리고 요즘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 3대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연금이라든지 노동이라든지. 그 다음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노동개혁을 최우선시하고 있지 않나. 현안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은데,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태기 : 우선 지금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황폐화도 보통 황폐화된 것이 아니죠. 우리가 대기업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1990년대 경우는 대기업이 100이면 중소기업이 80 정도 받았습니다. 격차가 크지 않았어요. 또 90년대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대기업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중소기업이 절반 밖에 못 받습니다. 그 다음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그렇게 많아졌는데 임금은 정규직의 딱 절반이고요. 뭐니뭐니해도 청년들의 경우에는 학력수준이 제일 높은 세대인데 그 세대의 3명 중에 2명 정도는 다 비정규직으로 있거든요? 또 비정규직이 되면 정규직으로 잘 갈 수가 없고 또 거기서 계속 맴돌다 보니까 다 저임금 근로자가 되는 겁니다. 사실은 청년들을 보게 됨녀 빚투, 영끌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사실 노동에서 희망을 못 느끼게 되어 있는 이런 상황이잖아요? 문제는 제도가 잘못되어있는 것인데, 그 제도를 바꿔줘야 사람들이 활기차게, 보람있게 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노동개혁은 그거 하자.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문제가 그런 겁니다. 취약계층과 기득권층의 부분을 어떻게 완화시켜 줄 거냐, 그리고 취약계층이 어떻게 보면 잘 사는 중산층이 될 수 있도록. 그러면 빈곤화되는 사람이 중산층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걸 이동이라고 합니다. 그 이동을 촉진해줄 것인가, 이런 부분이 노동개혁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신두식 : 노동위원회에서는 노사가 파업을 하고자 할 때라든지, 그것을 막기 위한 사측의 노력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중재도 하시잖아요? 그 중재도 굉장히 중요한데 사회적 비용을 따져보면 노동위원회의 파업중재노력, 굉장히 클 것 같은데요. 요즘에 좀 대표적인 사례들이 있습니까?

김태기 : 일단은 우리가 중재 부분은요. 민간기업이나 일반에서는 중재를 쓰지 않습니다. 아주 특수한 경우에 중재를 쓰는데요. 최근에 교수노조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런 데의 경우는 중재를 하는 경우가 많고요. 제가 볼 때는 최근에 조정을 통해서 파업을 피할 수 있었던 곳, 아마 화물연대 파업의 즈음해서 철도파업 문제가 있었습니다. 철도가 파업 들어간다, 그랬는데 그때 저희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집중적으로 도와드렸죠. 도와드렸는데 정말 고맙게도 그 분들이 조정을 수락해서 합의가 된 거예요. 사실 그런 부분은 그 당시에 만일 그랬다면 화물에 따른 물류마비에다가 철도까지 대란이 나 버리게 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 우리가 피하게 하는 데 조그마한 도움을 드렸다, 이렇게 자평합니다.

 

신두식 : 지금 주 52시간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요즘에는 주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한 근로시간 개편안도 나와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좀 관심이 있는 모양입니다. 노사의 입장차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태기 : 사실 우리가 근로시간제도 부분에 있어서 대부분의 근로자들의 경우는 다 사무실이나 연구실에서 또는 직장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 근로시간제도는 그게 아니거든요? 대부분 공장, 제조업을 염두해두고 만든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 68시간이 52시간이 되고 또 최근에 그러면 근로시간을 최대한 할 수 있는 폭은 넓혀주자,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런 문제들로 관심이 모여 있는데. 사실 제가 볼 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거 보다는 그러면 나는 집중근무하고, 나는 되게 중요한 것이 여가야. 내가 집중근무하더라도 적어도 여가, 휴가 같은 것, 휴일 같은 것 이걸 내가 잘 쓰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전혀 맞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아주 시간을 엄격하게 규제하다 보니까 어떻게 본다면 내가 4일 일하고 3일은 쉬면서 어떤 분들의 경우는 그래, 나 공부도 해야 되겠는데, 또 예를 들어서 가정주부면서 일하는 분들 있잖아요? 그러면 내가 시간을 예를 들어서 6시간 일하면서 아이도 돌보면 좋겠는데 이게 전혀 안맞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근로시간 단축 문제라고 하는 부분은 정말 옛날부터 우리가 장시간 근무할 때부터 지금까지 따라온 거예요. 우리가 근로시간 단축,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자. 그런데 그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났고요. 우리가 초단시간 근로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15시간 이하로 일하는 근로자가 많고 그 근로자들은 무지하게 가난해져 있습니다. 근로시간이 줄어버리니까 소득이 주는 거죠. 제가 볼 때는 이 근로시간제도는 사실 52, 68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데 어떻게 단축할 것이냐. 쉽게 말해서 정부가 강제로 할 거냐, 아니면 노사가 자율로 할 거냐. 당연히 노사 자율이죠. 적어도 3만 불 넘는 나라 치고 정부가 강제로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한때 프랑스가 그렇게 했다가 아주 식겁했어요. 근로시간을 확 줄였더니 실업률이 10%가 넘어버리죠, 물가가 뛰어버리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지금 어느 나라도 근로시간 줄이는 것은 근로자들 형편에 맞춰서, 그리고 사업자 형편에 맞춰서 단축해나가는 이런 정책을 펴고 있거든요? 제가 볼 때는 아마 우리 청취자 분들 중에서도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이 입장들이 다 다를 거예요. 어떤 분들 경우는 그래도 직장생활을 하는데 여가 부분을 중시하는 분들은 여가의 질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집중적으로 쉬어야 합니다. 토막토막 그렇게 쉬면 이게 쉬는 것 같지도 않고. 또 어떤 분들의 경우는 출근 자체를 내가 편리하게, 또 어떤 분들의 경우는 내가 재택근무와 섞어서 하면 안돼? 원격으로 일을 하면 안돼? 이런 욕구들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두식 : 어떻게 보면 예측가능한 시간을 근로하는 문화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거든요.

김태기 : 그럼요. 선진국형의 경우는 1년에 자기의 워킹 캘린더가 만들어집니다.

신두식 : 그러면 자기 여가시간도 조정할 수 있겠네요?

김태기 : 당연히 조정하죠. 1년 자기 캘린더가 있어요. 빨간 표시가 있습니다. 자기 수첩이에요. 그건 전 직원이 쓰는 수첩이 아닙니다. 자기가 신청을 해요. 여름휴가, 또 예를 들어서 가족들이랑 같이 가는 것. 다 표시해놓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걸 본 적이 없어요. 노사 자율이 안 되니까 정부가 쉬어요, 하면 다 쉬어야 되니까 그다지 의미가 없는 거고요. 예를 들어서 미국이든 심지어 일본까지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게 되면 이만한 수첩, 마치 명함만한, 거기에 깨알처럼 되어 있는데 자기 것이 있어요. 우리가 그런 시대로 가야 되는 것 아닙니까? 왜 우리가 정부가 쉬어, 하면 쉬어야 됩니까?

 

신두식 : 많이 개선이 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김태기 : 앞으로 제가 볼 때는 노동개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아마 직장인들이 자기만의 1년 캘린더가 나올 걸요? 그런 시절이 올 겁니다.

 

신두식 : 임금체계 개선도 관심사인데요.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은데, 많이 그렇게 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가야 할 길도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보세요?

김태기 : 글쎄요. 지금 현재 임금체계는 어떻게 보면 특히 대기업, 공공부문의 경우는 그냥 입사부터 해서 몇 년 근무했냐, 근속연수라고 하죠, 그게 임금을 결정하는 거예요. 그걸 호봉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하는 나라가 없어요. 그렇게 하면 어떤 모순이 생기냐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은 따박따박 올라가고 생산성이 못 따라가면 어떻게 될까요? 도중에 떠나야 돼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한 단어가 도는 겁니다. 희망퇴직. 사실상 어떻게 보면 도중하차하는 것 아니겠어요? 도중하차하는 다음에는 뭐냐면 어떤 분들은 비정규직으로 가고요. 또 자영업으로 가다 보니까 사실 그때부터 삶이 굉장히 어려워지는, 그런 모순을 안고 있는 임금체계니까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느냐, 당연히 자기 직무에 따라서, 예를 들어서 어려운 일, 위험한 일, 월급 많이 받죠. 그런데 우리는 똑같이 주지 않습니까? 직무에 따라 주라는 겁니다. 위험하고 어렵고 사람들이 안 하려고 하는 일은 월급을 더 많이 줘야 되고. 그리고 거기서 성과가 많이 나오면 성과급을 듬뿍 줘야 되는 겁니다. 그게 새로, 이른바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인데 그 부분은 제가 볼 때는 그걸 안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일본 꼴 납니다. 일본이 그 부분을 과감하게 못 바꿨어요. 그래서 일본이 오늘날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30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대부분 거기에 연루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신두식 :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이 시간에는 출연하신 분이 좋아하는 노래나 음악을 들려드리는 시간이 있는데요. 바로 명사의 음악시간입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님, 어떤 노래 듣고 싶으십니까?

김태기 : 글쎄요. 저는 최백호 씨의 <영일만 친구>를.

신두식 : 혹시 이 노래를 고르신 이유가 있으세요?

김태기 : <영일만 친구> 노래를 가끔 부르기도 하지만요. 가사가 저한테 와닿는 것이 많아요. 거기에 보면 돛을 높이 달아서 바다 멀리 나가보자, 그러는데 사실 저는 그게 개혁의 돛이라 생각하고요. 바다라고 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자는 것인데, 그 안의 내용을 보면 제가 어릴 때부터, 젊을 때죠, 개혁에 대해 꿈꿔왔던 것이 최근에 우리가 나라 전체가 개혁의 돛을 높이 올린 것 아닌가 싶고.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두식 : 고향이 부산이신가요?

김태기 : 부산입니다.

신두식 : 해양도시 부산에서 그런 생각을 하셨을 수 있겠네요.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님이 선택하신 곡입니다. 최백호 씨의 <영일만 친구> 듣고 계속하겠습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위원장님, 위원장님께서는 노동문제를 다루는 노동전문가로서 오랫동안 생활해오셨는데요. 노동경제학을 연구해오셨잖아요? 어떤 계기가 있으십니까?

김태기 : 사실 저희가 70년대 학번이거든요? 70년대 가장 문제가 진짜 저임금 노동이 많았어요. 요새 우리가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하는 그런 시절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요. 그리고 대학 들어가서 저희 은사님들이 저희들한테 굉장히 야단을 많이 쳤어요. 자네들 정신이 이렇게 해이해서 되겠나. 그때가 봉천동에 판자촌을 넘어서 서울대를 갑니다. 저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1기에요. 쉽게 말해서 관악캠퍼스 앞에는 질퍽질퍽한 이런 데고 봉천동은 거의 다 판자촌이었습니다. 첫 수업에 저희 은사들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자네들 뭘 보고 여기까지 왔나. 그래서 저희들에게 다그쳤죠.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가라. 그래서 노동경제학에 관심을 가졌고. 그 다음에 전공으로 결정적이었던 것은 이걸 공부를 해봐야겠다, 했는데, 제가 미국에 유학을 갔는데 너무 운이 좋았어요. 제가 갔던 학교에 미국에서 노동경제학 하시는 대가들이 다 모여있는 데를 갔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보니까 노동조합의 미국 최고 전문가가 있는 거예요.

 

신두식 : 아이오와 대학 경제학과를.

김태기 : 그 당시에 미국 노동조합과 노동시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최고로 유명한 이런 분들이 포진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공부해야죠. 제가 하고 싶었던 거니까. 그 이후에 한국 와서 보니까 그런 전공 분야 사람이 많지 않고 또 보람도 느낄 일이 많았고요. 물론 제가 아이디어를 낸 부분들이, 노동위원회 제도 같은 경우는 제 아이디어가 많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신두식 : 어떤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세요?

김태기 : 대표적인 것이 그런 거죠. 그때만 하더라도 직권중재라고 해서 사실상 파업 못하게 중재로 막아버리는 겁니다. 독소조항이니까 빼야 한다고 해서 빠졌고요. 그 다음에 노동위원회가 조정과 심판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때는 그것도 분리가 안 되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진짜 법 수준이 낮은 그런 역할이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제도개선했는데 정부가 받아들여줬습니다. 그래서 그때 참 보람을 느꼈고 그 이후에 우리가 청년들 일자리는 점점 안 좋아지고 대기업 중소기업,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그렇게 가난해도 됩니까? 그런 문제를 바꿔보려는 것이 제 꿈이었어요. 그런데 그건 잘 안됐습니다. 그 사이에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노동위원회 위원장에 오게 된 거죠.

 

신두식 : 예전에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오랫동안 공익위원으로 노동위원회 활동을 하셨고 지금 위원장으로 다시 오시게 됐으니까 더 많은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네요.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는 노조와의 관계는 그렇게 매끄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노사 간에도 조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라든지 그 해결과정에서도 많은 앙금이 쌓여 있는데. 앞으로 노사정,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가야 된다고 보시는지?

김태기 : 제가 볼 때는 대화와 협상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그 대화와 협상의 대전제가 뭐냐면 사실 법치주의입니다. 법치주의가 확립이 안 되면 대화와 협상이 될 수가 없는 것이, 합의하면 뭐합니까? 지켜지지 않을 텐데.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 협상한다고 해놓고 법을 어겨간다면 대화가 될까요? 제가 볼 때는 결국은 법치주의 부분이 확립이 되면서 동시에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에 노사, 정부가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저는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신두식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1년여가 됐는데 중대재해 관련해서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어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태기 : 그것이 제가 볼 때는 진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보는데요. 대형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때부터 계속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을 써왔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요. 거기에서 그런 기준을 강화하고 계속 처벌, 처벌을 강화했는데 바뀌지가 않아요. 그런데 그것도 안 되니까 아예 중대재해처벌법을 따로 뽑은 겁니다. 그런데 결과는 뭐죠? 계속 대형사고가 나잖아요. 사실은 산업안전의 가장 핵심은 사람들이 위험한 업무, 그런 업무에 누군가를 전문성을 가지고 해야 됩니다. 당연히 거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업무를 하는 사람들한테 임금을 제대로 줘야 돼요. 그러면 거기에 서로 하려고 합니다. 위험한 업무를 하는데 똑같이 임금 나오면 안 하려고 하죠. 결국 누구한테 갈까요? 다 외주, 용역주고 또 외주, 용역받은 사람은 또 싸게 하기 위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계속 사고가 반복되고, 대체 그러면 사업주에 대해서 처벌할까요? 사업주는 편법을 쓰죠. 이른바 바지사장이라고. 그렇게 세우니까 정작 거기에 투자를 하고 시스템 바꾸는 것은 소홀하다. 제가 볼 때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있어서 제일 문제가 중대재해 처벌을 강화하면 산업안전이 된다고 하는 이런 부분은 사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하는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두식 : 그런가 하면 중대재해처벌법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잖아요?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태기 : 사실 비정규직 부분은요. 아까 제가 말씀드린 대로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없었어요. 어떻게 본다면 기득권이 강화가 되다 보니까 사실 기득권이라는 것이 임금은 너무 빨리 오르고 생산성은 못 따라 가니까 결국 기업이 꾀를 부린 거죠. 그러면 비정규직을 쓰는 거예요. 그 다음에 또 하나는 뭐냐면 사실 우리가 중국이랑 수출하고 투자 많이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가봤더니 중국에서 물건 가져오는 것이 싸다. 당연히 그렇다면 인건비 경쟁에 시달리니까 더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거죠. 거기다가 유연성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답은 나와있는 겁니다. 결국은 어떻게 보면 정규직, 비정규직 부분에 있어서 제도의 차이, 사실은 정규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본다면 임금결정, 근로조건결정, 채용, 퇴직 모든 것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좀 완화해야 돼요. 완화하고 그 다음에 비정규직의 경우는 사실 숙련이라고 하는 것을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직업훈련, 직업교육 그 분들한테는 무료로 해줘야 된다. 사실 직업교육훈련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생존 문제이자 자기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수단이거든요? 그 숙련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 기회를 무상교육 해야 된다고 보고요. 그 다음에 비정규직을 예로 들어서 중소기업 중에서 좋은 데가 많잖아요? 그런 쪽으로 옮겨가려 한다면 그 분들은 네트워크가 없고 정보가 없습니다. 그 네트워크와 정보를 주면 그 분들은 가게 되어 있어요. 진짜 중소기업 괜찮은지 아닌지 알 수가 있나. 그런데 그 정보를 주면 이 분들이 생각해볼 거예요. 내가 계속 비정규직에서 1년 단위로 있는 것보다 저기 가서 내 커리어 계발하는 것이 낫겠네. 그런 노력들이, 독자적인 노력도 있고 교육훈련이나 고용서비스 이런 부분들이 같이 종합적으로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신두식 : 내일이 설입니다. 오늘부터 연휴가 시작됐는데요. 청취자들에게 새해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태기 : 아마 새해에 경기가 안 좋아서 걱정들이 많으실 텐데요. 우리가 어렵다고 했을 때 어려움을 알면 그 다음에 우리는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버텨왔고요. 아마 이번에는 노동개혁 부분이 사실 경기한파, 다가올 고용한파를 녹일 수 있는 온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 노동개혁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시면 아마 금년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신두식 : 앞으로도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데 많은 역할 해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태기 : 감사합니다.

신두식 : 지금까지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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