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은 만 23살이었던 지난 1992년 14대 대선 때였다.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영삼은 군사독재 세력이었던 노태우,김종필과 3당 합당을 했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군부세력과 야합했다는 비판을 딛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 생애 두 번째 대선 투표는 1997년에 이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당시 자유민주연합 소속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일명 ‘DJP 연합’을 이룬다음 호남과 충청권의 지지를 등에 없고 꿈에 그리던 대통령이 됐다.

2002년에는 서민 후보, 비주류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한 노무현 후보가 대선 재수에 나선 이회창 후보를 극적으로 누르고 대통령이 됐고 2007년에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 이명박 후보가 경제 대통령론을 기치로 정동영 후보를 제치고 대권을 차지했다. 2012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보수층과 TK 결집에 성공해 대통령이 됐다. 2017년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대통령 탄핵 바람 속에 문재인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어 10년만에 여야 정권 교체가 다시 이뤄졌다.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내 손으로 뽑는 7번째 대통령이 열흘 뒤면 탄생한다. 사전 투표일은 더 먼저여서 3월 4일과 5일에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마땅히 찍어야할 인물을 찾지 못해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하소연도 곳곳에서 들린다. 여당 후보는 똑똑하고 유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변방에서 거칠게 성장한 탓인지 모난 이미지, 도덕적인 흠결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각되고 있다.

제1야당 후보는 뚝심과 리더십이 있어 보이지만 평생 검사로만 살아서인지 국정 전반에 대한 지식과 시대적 인식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다른 후보는 모범생 이미지를 앞세우지만 앞뒤가 꽉막힌 고집불통이라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고 다른 후보는 대선 단골 손님이지만 이번에도 찍어줘봤자 소용없는 후보라는 현실적 굴레때문에 유권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많이 얻는 후보가 결국 당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2,30대의 이른바 MZ세대들은 이념이나 시대적 가치보다는 자신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판세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 역할은 50대가 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대개 1960년대에 출생해 80년대에 대학에 들어가 독재 타도,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이른바 586세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으로 정관계에 진출했던 이들은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에 편입됐고 권력의 핵심에 자리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왔지만 지금은 예전의 기득권 세력보다도 더한 ‘내로남불’, ‘위선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나이가 50대를 넘어서면 생각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강해진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50대는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경험때문인지 진보적 가치관이 몸에 배어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3월 9일에 누구를 선택할지 가장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은 세대가 바로 50대가 아닐까 여겨진다.

가정과 사회에서 무거운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지만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세대, 40대에 밀리고 2,30대에게는 꼰대로 여겨지는 세대, 우리 50대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종 선택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열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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