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계속되면 자질 논란을 불러온다. '12월 캐럴 활성화 캠페인' 때문에 꺼낸 말이다.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지쳐있으니 연말에 캐럴을 틀어 따뜻한 사회 분위기라도 만들자는 염수정 추기경 제안으로 시작됐다. 문제는 이 일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 10억 원을 천주교 측에 밀어넣어줬고, 대형마트 등에도 가급적 많은 '캐럴 재생'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문체부의 첫 실책은 헌법에서 정한 '정교분리(政敎分離)'는 차치하더라도 불교계를 심각하게 우롱했단 점이다. 왜냐하면 캐럴 활성화 캠페인은 두 달 전인 10월 초쯤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5일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고 언급하고, 또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희대의 사기꾼인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던 날이다. 불교계를 대놓고 '국민적 망신'을 준 이때는 문체부가 캐럴 캠페인 사업을 추진하려 했던 시기와 겹친다는 얘기다.

두 번째 실책은 불교계 입장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무리한 행정처분으로 불교계가 설립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시설인 나눔의집이 2년째 정상 운영을 못하고 있다. 호국불교 성지인 남한산성과 천진암을 '천주교 순례길'로 연결하려 했었고, 이름만 들어도 사찰인 주어사 터는 천주교가 장기 과제로 삼아 성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님 비하 동영상을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유포했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을 알현하기도 했다. 노골적인 종교편향 행위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캐럴 선물'까지 받으라니 불교계는 조롱받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인 황희 장관의 자질이 의심스러워 진다. 2016년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이 전무 한데다 관련 상임위원회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시 황 후보자의 '소통능력'을 강조했고,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압도적인 힘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29번째 '야당 패싱' 장관의 주인공이 됐다.

친문 의원들 모임으로 불렸던 이른바 '부엉이 모임'의 핵심 멤버이기도 했던 황희 장관은 '천주교 신자'이다. 황 장관은 이름이 조선시대 명재상인 황희와 동명이인이라 선거에 나올 때부터 화제가 됐었다. 조선 황희는 세종 말, 세종의 숭불(崇佛)과 관련해 궁중 안에 설치된 내불당(內佛堂)을 두고 일어난 세종과 유학자 중신 간 마찰을 중화시키는 데 힘썼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조선왕조를 통틀어 가장 명망 있는 재상으로 칭송받는 이유다. 황희처럼 진정한 '소통'과 '중용'의 모습으로 더 늦기 전에 실수를 만회의 기회로 가져가길 바란다.

-문화부 정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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