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페미니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황당하고 터무니없다는 의견과 그럴 만했다는 입장이 맞섭니다. 때마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를 빗댄 ‘쥴리’ 비방 벽화까지 등장하며 페미니즘 논란은 여성 혐오와 인권이라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됐습니다. 여기에 야당 일부 대선 주자들이 해묵은 여성가족부 폐지론마저 들고나오며 논쟁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그렇다면 ‘페니미즘’은 정말 우리 사회에서 지탄받고 업신여겨야 할 주장이고 사상일까요? ‘페미니즘’은 19세기 초반 여성들이 고착화된 성별 차별로부터 참정권과 사유재산권을 찾기 위한 이론과 운동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성을 남성의 동반자가 아닌 한낱 부속품이자 전리품, 출산과 성의 상품쯤으로 여겼던 시대에 힘겹지만 당연히 예견됐던 반발이었습니다. ‘페미니즘’은 이후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남성과 함께 사회 속 다양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각 분야에서 조금씩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론이나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이젠 어쩌면 가부장 중심의 사회를 벗어나 모든 성별이 함께 잘사는 양성평등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데 필수적인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도 거리낌 없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자임했을까요.

그런데 요즘 안산 선수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을 지켜보면서 논란의 핵심이 극심해진 성별 간 혐오와 갈등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경제적 어려움과 실업 문제가 어느 때인가부터 성별 차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페미니즘 탓으로 선택적 합리화된 느낌입니다. 여기에는 남녀 간의 대결 양상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낸 정치권의 선동도 한 몫 했습니다.

사실, 안산 선수 관련 페미니즘 논란을 보면 안 선수가 관련 발언이나 실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일부 네티즌들은 광분하고 있습니다. 여대를 나오고 쇼트커트 머리를 했으며,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만 주로 쓴다는 단어 몇 개에 집착해 나온 주장입니다. 침소봉대하는 해석으로 이슈를 선점해 여론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대국민 사과를 하고 메달을 뺏어야 한다는 극단적 발언으로 외신에까지 보도되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 성별 대결의 극심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대표해 값진 메달을 따낸 선수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보다 생트집을 잡아서 주저앉히는 게 사회발전에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극단으로 치닫는 성별 간 혐오와 갈등을 대승적으로 해소하고 풀어나갈 국민적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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