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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불기 2565년 신축년, 흰 소의 해를 맞아 많은 불자와 시민들은 풍요와 성실의 상징인 소의 기운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염원했는데요.

소는 불교와 아주 친숙한 동물로 여겨져 소에 대한 이야기와 기록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불교와 소의 관계, 역사속에 등장하는 소에 대한 사연들을 김호준 기자가 찾아봤습니다.

 

< 리포터 >

12가지 동물로 이뤄진 십이지신 가운데 소는 우직함과 근면,성실함의 대명사이자 풍요와 부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신축년 올해는 '하얀 소의 해'로 옛부터 흰 소는 평화와 여유의 상징이었고 흰 소의 해는 상서로운 기운이 풍성하게 일어나는 해라고 전해져왔습니다.

[ 천진기/전 국립민속박물관장 -1월 1일 BBS 뉴스파노라마] " 소같이 일해야 한다, 우보천리라고 해서 드문드문 가도 천리길 간다, 이런 것처럼 소가 갖고 있는 근면함과 성실성 이런 것들은 우리 민족의 습성과 닮아 있어서 굉장히 칭송해왔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

오랜 세월 이 땅의 정신문화를 주도해 온 불교에서도 소는 아주 귀하고 친숙한 존재로 여겨져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할 참된 본성을 소로 지칭해왔습니다.

사찰 법당의 벽화로 만날 수 있는 ‘심우도’는 인간의 불성을 소에 비유하고,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10단계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과정에 비유해 그린 것입니다.

고려시대 고승으로 한국 불교 선 사상의 체계를 세운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자신의 호를 소를 기르는 사람, 즉 ‘목우자’라고 지었습니다.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 경허스님은 스스로 법명을 ‘깨어있는 소’ 즉 성우(惺牛)라고 지었고 만해 스님의 열반처인 서울 성북동 '심우장(尋牛莊)'은 '소를 찾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공주 계룡사 갑사의 창건 설화에는 정유재란으로 소실된 갑사를 재건하기 위해 소들이 매일 향나무와 기와를 구해왔고 스님들이 소의 공덕을 기려 갑사 길목에 ‘공우탑(功牛塔)’을 세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신라 진표 율사가 구봉산에 오르자 소들이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했고 이를 본 농부들이 잇따라 출가하면서 구봉산의 이름이 ‘속세를 떠난다’는 의미의 속리산으로 바뀌었다는 설화도 전해집니다.

8세기 신라 의조화상은 해남 달마산 중턱을 지나 소가 드러누운 자리에 해남 미황사를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 천진기/전 국립민속박물관장 - 1월1일 BBS 뉴스파노라마] "부처님도 우왕이라고 할 정도로 인도에서는 소를 탄다는 것은 최상층의 성자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불교에서 보면 소는 굉장히 사람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가 있겠습니다."

지난해 8월 물난리가 났을 때 소들이 축사를 탈출해 해발 530미터에 자리한 구례 사성암으로 피신한 일은 소와 불교의 깊은 인연을 새삼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집니다.

[대진스님/구례 사성암 주지-지난해 8월 8일] "소 목장이 밑에 마을에 있는데 침수가 되니까 소들이 소 우리에서 탈출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들끼리 자기들끼리는 모르겠는데 안전한 곳으로 오르다 오르다 보니까 사성암까지 올라온 것 같습니다."

신축년 흰 소의 해, 불자들은 소처럼 우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일상적 삶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BBS 뉴스 김호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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