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수많은 포교당이 행사를 멈췄다. 일요일에도 스님 법문을 들을 수 없다. 청소년,어린이법회도 열리지 않는다. 극진한 참배객들만 법당에 잠시 머물다 떠난다. 연말연시 종교행사를 삼가해달라는 방역당국 지침을 사찰들은 군말없이 따른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에 불교계는 모범적이다.

   하지만 위기극복 동참에 일사분란한 불교계의 ‘후속 조치’는 어설퍼보인다. ‘비대면 종교활동’에 발빠른 곳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2020년의 마지막 일요일 27일에 유튜브에서 찾은 사찰 영상법회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반면 웬만한 대형교회는 하나같이 주일 설교를 생방송했다. 실시간 동참자나 조회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찰보다 많았다. 코로나19로 힘든 많은 불자들이 대덕 스님들의 감로 법문에 갈증을 느낄테지만 비대면 영상으로 목마름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종교인 설법처럼 온라인 강의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뉴 노멀’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더라도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집이 주된 생활 공간이 되면서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서점에 고객은 줄었지만 도리어 ‘북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뉴스가 이런 분위기를 말해준다. 코로나19는 종교계에 찾아온 위기인 듯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보다면 역설적 반전의 흐름이 도사리고 있다. 참선을 중심으로 명상 수행 문화를 갖고 있는 불교는 ‘집콕 시대’에 한결 어울린다. 집에 갇혀 갈 곳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기회와 마주하게 됐다. 팬데믹 속에서 불교는 진화의 갈림길에 섰다./ 이현구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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