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타닉' 중에서 선내 실내 관현악단이 공포감에 사로잡힌 승객들을 위해 연주하는 모습.
영화 '타이타닉' 중에서 선내 실내 관현악단이 공포감에 사로잡힌 승객들을 위해 연주하는 모습.

재난 영화 ‘타이타닉’에는 주옥같은 명장면들이 많지만, 이런 장면도 있습니다. 빙산에 충돌한 대형 여객선 타이타닉이 대서양 망망대해에서 침몰하기 직전, 어디선가 밝은 선율의 음악이 연주되는 장면입니다. 많은 승객들이 부족한 구명정에 오르려 아수라장이 된 상황인데 음악이라니 조금 아이러니 합니다. 선내 실내 관현악단의 연주입니다.

그런데 관현악단의 음악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과 차분히 죽음을 대비하는 사람들을 전지적 시점에서 차례로 훑으며 대비시킵니다. 관현악단의 악장은 말합니다. “좋은 음악으로 혼란을 막자”.

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악장은 결국 단원들에게 마지막을 고하며 다시 말합니다. “오늘 밤 자네들과의 연주는 즐거웠네”. 그래도 이들의 연주는 계속됩니다.

요즘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시민들이 겪는 몸과 마음의 고통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가 만들어낸 180도 달라진 일상과 경제적 어려움은 고립과 우울감, 스트레스를 넘어 분노로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코로나블루와 코로나레드라는 신조어도 이 과정에서 생겨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심리 방역’ 또는 ‘마음 방역’을 권유합니다. 마음 방역은 스트레스를 돌보는 일인데, 대표적인 방법으로 음악 감상이나 명상 등이 있습니다. 죽음의 공포에 맞닥트린 타이타닉의 승객들에게 관현악단이 목숨과 맞바꾸며 선물한 음악 연주도 일종의 ‘마음 방역’인 셈입니다. 요즘 왠만한 방송사들이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 제작에 열을 올리고, 그만큼 청취율도 따라주는 이유가 이런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누구나에게나 힘겨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때에 느슨해지고 자신만 생각하는 각자도생의 삶은, 남을 끌어내리고 구명정에 오르려는 타이타닉의 아비규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가 아프면 모두가 아픈 시기 인만큼 혼자만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방역이 되면 더 좋을 듯 싶습니다. 함께 살기 위한 방역 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키고, 나만의 마음 방역법과 재능을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베푸는 공동체적 삶이 점점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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