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서든 부동산 가격 만큼은 꼭 잡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말을 할 때까지만해도 부동산 값을 낮출 수 있는 묘수가 있는 줄 알았다.

이후 국토부 담당 공무원들이 숨돌릴 틈 조차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지만, 이를 비웃기나 하듯 부동산은 역시 ’불패’.

인력으로는 안되는, 그저 처음부터 오르기로 돼 있었던,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라는 것만 확인되었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 사이엔 커다란 갭이 생겼다. 다주택자와 1주택자, 무주택자.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이 지구를 들썩이게 만들 즈음이었던가. 서울에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과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따라잡을 수 없는 부의 격차가 생겨난 것이다.

“그 당시 결혼한 친구는 그 때 집을 사서 지금 집값이 10억 가까이 올랐는데, 저는 지방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서 나름 직장에 취직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이제 집을 산다는 건 꿈도 못꿀 일이 돼 버렸어요...” 20~30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다.

물론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한 것은 인정할 부분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끝없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다보니, 대중들은 불만과 고통을 투영할 대상을 찾게 됐고 때마침 청와대에서 나온 고위직 참모들의 다주택 처분 지시는 이런 불만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에 청와대에서 벌어진 노영민 비서실장의 ‘똘똘한 한 채’ 파동과 ‘직보다 집’을 택한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뒤끝 사퇴, 그리고 이어진 청와대 참모 인사는 1주택자, 무주택자만 기용한다는 새로운 공직사회의 인사원칙을 낳았다.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전통적인 열망이지만, 그 '배가 아픈' 마음이 강해져 다주택자들이 마치 사회적 범죄라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인 양, 우리사회가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요즘 추세가 과연 이치에 맞는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주택을 여러채 보유한 사람들을 괴롭혀서 토해내게 만들면,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식고, 주택 공급의 자연 증가분이 발생하게 될 거라 계산했다면 큰 오산이다.

정권은 국민들을 배신했어도, 부동산은 이제껏 단 한번도 소유주를 배신한 적이 없다는 믿음이 신앙보다 단단한게 우리사회다. 지금까지 해왔던 관례와 상식을 깨는 종합적인 대책이 아니면, 저 공고한 믿음을 깨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열심히 '뛰어' 왔지만, 그 위에 '날아다니는' 사람들은 부동산계의 큰 손들이다. 큰 손이라고 해서 부동산 재벌이나 주택을 수십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매일같이 부동산 관련 뉴스를 찾아 읽고, 중개업소를 놀이터삼아 찾아가 차 마시고, 밥 먹으며 친분을 쌓아 정보를 얻어내는,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고뇌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는 아무리 투기를 억제하는 정부 정책이 쏟아져도, 부동산 업자들은 정책 사이를 기묘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을 더 먼저 찾아낸다고 한다. 차라리 부동산 업자들로 구성된 정책 자문위에서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상식을 깨는 대책은 회의테이블이 아닌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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