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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입니다. 막연한 대상에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를 통해 의미있는 존재로 탈바꿈 시켰다는 뜻입니다. 선거 또한 그렇다고 봅니다. 무수한 공약을 내건 후보나 정당에게 유권자는 표를 몰아줘 공약을 현실화시키고 공식적인 정치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니까요.21대 국회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에 적힌 정당이 무려 35개입니다. 생소한 이
BBS 취재수첩
김호준 기자
2020.04.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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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다가오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있다. 험지(險地). 평소 듣기조차 힘든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험난한 땅이지만 선거판에서는 말 그대로 당선이 좀처럼 쉽지 않은 지역을 의미한다. 누구나 꺼려하는, 누구도 원치 않는 곳을 자원해서 나서는 이는 언론의 주목은 물론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힘든 고생길로 들어서게 된다. 다시는 여의도로 돌아올 수 없다는 불안감을 떠안은 채 기울어진 선거판에 뛰어드는 이들의 결정을 두고 당 지도부는 용기 있는 결단이라 평가하고,
BBS 취재수첩
류기완 기자
2020.04.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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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술전문가도 아닌 피고인이 미술전문가의 제안과 검증을 받고, 자문위원들의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피고인이 뭘 더 어떻게 해야 배임 혐의를 면하는 겁니까?"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 회장의 항소심 2차 공판. 변호인의 호소가 법정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휴정 없이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번 공판은 변호인 2명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조현준 회장이 효성의 미술품 투자회사 '아트펀드'의 미술품 매입을 결정했고,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1심의 법리
BBS 취재수첩
유상석 기자
2020.04.0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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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의 변을 “황소처럼 나아가겠다”고 했나. 토론회에서도 그는 황소였다. 질의응답 중에는 동등한 질문 기회를 달라며 항의해 제작진의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이제 그만 다음 순서인 공약 발표로 넘어가자는 사회자는 간절해 보였다. 하지만 어림없었다. 4차례나 이 부분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황소고집을 피웠다. 물론, 팩트는 동등한 질문 기회가 있었단 것이었지만, 그 기세를 누그러뜨릴 수 없었다. 결국 축구의 ‘VAR’처럼 녹화된 화면을 확인했다. 기자들이 모인 아래층 모니터실 화면엔 녹화 중단으로 10분의 암전이 찾아왔다. 끝내 재
BBS 취재수첩
박준상 기자
2020.04.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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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열흘 앞둔 일요일, 국회는 이사에 한창이었습니다. 국회의사당 본청과 의원회관 사이에 지어진 '소통관' 이전 작업이 막바지였기 때문입니다. 기자회견실과 기자실이 있던 본청의 '정론관'도 이 곳 소통관으로 옮겨갑니다. 기자들은 더 바빠질 예정입니다. 기삿거리 대부분은 본청에서 나오기 때문에 소통관에서 본청으로 뛰어갈 일도 늘어날 테지요. 조금 불편해지겠지만, 여의도와 세상을 잇는 국회 출입기자로서의 소명감도 다시금 느낀 주말입니다. 여느 선거 때와 다르게 이번 4.15 총선은 조용하게 치러지고 있습니
BBS 취재수첩
최선호 기자
2020.04.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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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윤중로에 벚꽃비가 내리지만 이를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년 열렸던 벚꽃 축제는 취소됐다. 둘레길 곳곳을 철제 바리케이드가 막고 있다. 대신 국회 정문 근처엔 ‘봄꽃 거리두기’ 캠페인 부스가 생겼다. 휴일에도 구청직원들이 나와 타인과의 안전거리 ‘2m'를 지키자고 홍보한다. 국회 안으로 들어와도 안전거리는 유효하다. 총선 후보자들은 악수 대신 주먹과 팔꿈치를 부딪친다. 비대면 선거운동, 온라인 유세가 주를 이루면서 언제나 선거철이면 느꼈던 떠들썩함도 사라졌다. 우리의 삶을 비롯해 정치권의 풍경까지 바꿔놓은 '
BBS 취재수첩
박준상 기자
2020.04.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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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속에 초·중·고등학교 학생 540만 명이 온라인으로 새 학년을 시작한다. 오는 9일 고3수험생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온라인에서 학교가 열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당국은 학생들 등교를 늦추면서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학습에서 불평등하거나 소외되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온라인 학교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와 도심 속 천년고찰 강남 봉은사에서 행하는 모든 기도와 법회는 유튜브로 생중계 되고 있다. 해인사와 통도사 등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20.04.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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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라는 단어, '화끈하다'는 표현이 이토록 어울리는 경제인이 또 있을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이야기다. 김승연 회장의 이런 성격은 여러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거나, 한화건설의 이라크 공사현장을 방문하면서 "직원들이 생선회를 먹고 싶어한다"는 보고를
BBS 취재수첩
유상석 기자
2020.03.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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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사태 속에 한국불교 최대의 명절인 부처님오신날 행사 일정이 변경됐다.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 달 뒤인 5월 30일에 봉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부처님오신날 1주일 전 토요일에 봉행해온 연등회도 이에 맞춰 5월 23일로 옮겨졌다. 이는 국가적 재난으로 불리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한국불교의 결단이다. BBS NEWS는 지난 3일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부회장인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등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연기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후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스님, 문화부장 오심스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20.03.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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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인 아내를 ‘교회’로 보내는 친구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말려봤지만 막무가내라고 한다. 개인 신앙의 깊이를 차치하더라도 주일에 교회를 가는 건 일평생을 해온 습(習)이다. 천주교의 경우, 200년 만에 성당 미사를 중단했다. 다른 말로, 200년간 반복했던 일상을 벗어나는 게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종교계에 다중 밀집행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벌써 2번째다. 많은 종교단체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회를 하겠다는 곳이 적지 않다.
BBS 취재수첩
박준상 기자
2020.03.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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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화요일유독 기사 쓰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리셔스에서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입국을 금지 당하고, 대만에서도 한국발 승객을 격리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날입니다. 그런데 정작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에는 이 두 나라가 빠져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기사를 써야 하나, 혼란스러웠습니다.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당일 외교부엔 왜 대만과 모리셔스가 공지에 없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확인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오후에 새로 올라온 공지에는 대만과 모리셔스가 포함됐지만, 문제
BBS 취재수첩
김연교 기자
2020.02.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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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당시부터 지금까지 불교만큼 개인위생에 철저한 종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동국대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했기에, 코로나19 초창기부터 이를 강조한 방대한 계율과 공업(共業) 등 개인과 사회의 조화를 강조한 여러 불교사상들을 조명하고 싶었다.제일 먼저 전화를 건 것은 힐링 멘토로 잘 알려진 비구니 정목스님이었다. 2월 10일부터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연락해서, 2월 1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정목스님과의 전화에 앞서 또 다른 취재로, 동국대 전 이사장 법산스님과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 등과 전화를 해야만 했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20.02.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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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스님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세 남자. 그 중 한 명은 '묵언(默言)'이라는 한자가 적힌 패찰을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패찰이 무색하게 이 남자는 햄버거를 들고서 "진짜 맛있다"며 흥분한 채 떠들고 있다. 그리고 이 세 남자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묵언수행 중인 스님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영상이다.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른바 '채식 버거'를 내놓으며 롯데리아가 한 때 공개했던 광고 영상의 한 부분이다. 그러면서 내놓은 광고 문구가 가관이다. "묵언
BBS 취재수첩
유상석 기자
2020.02.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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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태로 '아우성'입니다. 교육계도 그렇습니다.이번 사태 속에서 교육계를 들여다보면 교육부-대학, 교육부-시도교육청, 교육청-학교 등의 관계, 교육가족(?)들의 서로에 대한 생각, 인식들이 조금 보입니다. 어려울때 관계가 더 잘 드러난다고 하나요?한번 볼까요? 개강연기와 학사일정 조정문제가 그렇습니다. 일부 대학과 교원단체, 일부 학교장들은 '교육부 지침''가이드 라인'을 달라고 아우성입니다.대학들은 신학기 7만여 중국유학생을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지침, 일부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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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 기자
2020.02.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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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령’ 강형욱 씨가 자유한국당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반려견들 스스로 깨닫고 행동을 고치도록 유도하는 강 씨의 훈련 방식은 우리 반려동물 문화를 한단계 성숙하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강 씨가 지난해 초복을 앞두고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도 인상깊습니다. “반려견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식용을 금지하면 좋겠다”면서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 항의하지 않고, 강아지가 얼마나 멋진 친구들인지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개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 강요보다는 이해와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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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기자
2020.02.0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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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네팔트래킹을 마치고 ‘시민사회수석’으로 청와대에 복귀한 2004년. 한 행정관이 자신을 보좌관으로 써달라며 사무실을 두드렸다. 호남출신의 여성, 유송화 당시 행정관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당찬 여성에게 흔쾌히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2019년, 그녀는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춘추관장으로 임명됐다. 전임 권혁기 관장이 오랜 당직생활로 잔뼈 굵은 스타일이었다면, 유 관장은 그야말로 ‘여성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춘추관을 떠날 때쯤엔 ‘청와대 엄마’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노원갑’에 도전장을 냈다.디
BBS 취재수첩
박준상 기자
2020.02.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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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최고경영진이나 그 일가족의 재판을 취재하다보면 보이는 모습은 대개 두 가지다. 모든 혐의를 인정할테니 그저 형량만 줄여 달라는 '읍소형', 그리고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공방에 나서는 '항변형'이다.읍소형의 경우는 회사 경영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마약류 범죄 혐의자들이 그랬다. 현대가 3세 정현선 씨와 SK그룹 3세 최영근 씨,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 씨도 그랬다(남양유업으로부터 '창업주 외손녀'라는 표현을 쓰지 말
BBS 취재수첩
유상석 기자
2020.02.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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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사의 유창한 한국어“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기자회견을 합니다.참석하실 분들은 진호규 중국 대사관 공보관에게 문자로 신청하면 됩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떠들썩한 시기, 중국대사가 관련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에 얼른 문자함을 열었습니다. 안내받은 공보관에게 문자를 하려다 지난해 2월 이미 주고받은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문득 작년 이 시기 국회에서 열린 한중 수교 40주년 기념 전시회 취재를 갔다가 한국어에 능숙한 중국대사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단 한 번 인사한 사이였지만, 문자를 보자마자 1년 전
BBS 취재수첩
김연교 기자
2020.02.0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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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마음이 국민에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광주로 내려가다 들른 휴게소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안 전 대표의 복귀 후 첫 공식일정인 현충원과 5.18민주묘역 참배를 동행했습니다. 이날 안 전 대표가 유독 강조한 말은 ‘절박함’이었습니다. 새벽부터 현충원을 참배하고 광주로 이동하는 빡빡한 일정을 짠 것도 절박함에서 나온 선택이었다고 했습니다. 그의 절박함에 동감했습니다. 9개월 동안의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야가 그린 정쟁의 도돌이표를 보고서는, 저같은 평범한 사람도 정치가 더 이상 이래서는 안
BBS 취재수첩
최선호 기자
2020.01.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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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물갈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주 한 불자 정치인의 퇴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주시갑 선거구에서 내리 4선을 한 더불어민주당의 강창일 의원입니다. 탄탄한 지역 기반에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흠이 없었고 게다가 한일의원연맹 우리측 회장을 맡아 대일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터라 의아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강 의원은 '정치개혁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불출마의 변을 내세웠습니다. 지난 20대 국회를 돌아보면 자
BBS 취재수첩
김호준 기자
2020.01.18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