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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전 가운데 이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5세기경 인도의 상가세나 스님이 다양한 경전 속 우화 98가지를 가려 뽑아 펴낸 경전인데, 동물로 세상사를 빗댄 와 달리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인간사를 풍자합니다. 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한 어린이가 친구집 벽에 걸린 박제된 거북이를 보고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거북이를 잡은 뒤에 박제하려 하지만, 죽이는 방법을 몰라 마침 옆을 지나는 한 이웃 어른에게 묻게 됩니다. 그러자 이 어른은 “물에 빠뜨려 죽이면 된다”고 답합니다. 아이는 어른의
배재수의 '크로키'
배재수 기자
2020.08.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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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철입니다. 올해 장마의 가장 큰 특징은 ‘집중호우’라고 합니다. 적당량의 비가 오랜 기간에 걸쳐 내리는 게 아니라, 하루 이틀 새에 정말 감당하기 힘든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진다는 겁니다. 일상사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듯, 비도 지나치면 자연재난이 됩니다.사실, 그동안 비는 주로 로맨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로 자주 쓰였습니다. 중국의 시인 두보는 ‘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시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好雨知時節)’고 했습니다. 원래 이 시는 고통받는 백성들의 애환을 노래했지만, 이 첫 구절 만큼은 적절한 사랑의
배재수의 '크로키'
배재수 기자
2020.07.2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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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그제, 9시간의 마라톤 논의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습니다. 온전히 예상 못한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팽팽할 것이란 전망도 우세했는데, 결과는 13명 위원 가운데 10명이라는 압도적 찬성이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봐주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비판 여론을 예상해서 일까요. 심의를 마치고 청사를 나오는 일부 위원들의 입에서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는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위원들의 언급을 전해 들으며 문득 ‘인지부조화 이론’이 떠올랐습니다.인지 부조화
배재수의 '크로키'
배재수 기자
2020.06.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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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았습니다. 3인 가족, 80만 원. 처음엔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가 그걸 받아서 더 많이 써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말에 흔들렸습니다. 사실, 재난지원금은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닙니다. 또 업무 스트레스와 불편한 인간관계 모두를 다 참아내며 기를 쓰고 버는 월급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한마디로 ‘공짜 돈’입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미가 담겼지만, 공짜 돈이 주는 왠지 모를 행복감과 함께, 받아도 되나라는 불안감 때문에 덥석 받을 수만은 없습니다.재난지원금의 유사 제도는 ‘기본 소
배재수의 '크로키'
배재수 기자
2020.05.25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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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눈부신 봄날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바깥출입이 쉽지 않습니다. 아쉬움에, 아침 일찍 마스크를 쓰고 인적 드문 동네 벚꽃길로 향했습니다. 봄바람에 하얀 꽃비가 쏟아집니다. 잠시 행복감이 밀려듭니다. 얼른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벌어지는 웃픈 풍경입니다.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와 사망자수,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울리는 휴대폰의 안전안내문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을 거듭 일깨웁니다. 특히 병마를 잡기 위해 의료진들이 목숨을 각오하고 벌
배재수의 '크로키'
배재수 기자
2020.04.0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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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일은 현실이 됐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개발 욕구에 생존터전을 잃은 야생 동물이 민가로 쫓겨옵니다. 그들은 가축의 영역을 넘나들고, 비위생적 환경은 결국 인간에게 치명적 질병을 안깁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아내가 갑자기 숨지고, 이를 슬퍼할 겨를 없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잇따라 생의 끈을 놓습니다. 사람들은 고열과 식은땀에 시달리다, 발작을 일으켜 마치 도미노 게임처럼 쓰러집니다. 접촉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병이 옮겨지고, 편리한 지구촌 문명은 이를 더욱 확산시킵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이들도
배재수의 '크로키'
배재수 기자
2020.03.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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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랐던 단어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익스플로어’나 ‘크롬’ 같은 일종의 브라우저가 아닌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입니다. 인터넷 사이트와 접속자 암호를 기반으로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어 ‘다크’라는 말이 붙었습니다.그런데 이곳에서 아동 음란물 유통사이트가 운영됐습니다. 사이트 이름은 ‘웰컴 투 비디오’. 지극히 평범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약 128만 명의 회원들에게 25만 건 이상의 영유아 성착취 음란물을 유통시켰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사이트
배재수의 '크로키'
배재수 기자
2019.12.23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