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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12월 초 였습니다. 여의도의 허름한 밥집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홍 대표는 집권여당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저는 막 정치부로 발령받은 ‘초짜’ 국회 담당기자였습니다. 차장급 기자 5명이 그룹지어 불려나온 ‘격의없는 오찬’의 꽤나 조촐한 메뉴가 인상적이었던 그 자리에 홍 대표와 정면으로 마주 앉았습니다. 실존하는 눈 앞의 ‘모래시계 검사’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가급적 입을 닫고 관찰에 집중한 저는 홍 대표가 무대에 선 연극배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소 작위적인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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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8.04.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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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두 딸을 둔 아빠로서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습니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열풍 때문입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여성들의 용기있는 고백을 응원하지만, 19금(禁) 공연을 보는 듯한 노골적인 폭로와 기사, 댓글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피해 고발이 문화계를 넘어 ‘주종 관계’와 ‘불공정 계약’으로 가득차 있다는 연예계까지 번지니 이게 어느 수준까지 까발려질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딸 바보’라고 불렸던 배우 조민기, 조재현씨의 충격적인 민낯까지 드러났으니 오죽할까요. 신세대 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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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8.02.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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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다닐 때 우리 가족은 지방의 읍 단위 마을에 살았습니다. 변변한 스포츠 시설이 귀했던 당시 80년대 초 동네 뒷산 입구에 테니스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아버지는 종종 공을 쳤습니다. 테니스가 지금의 골프 같은 ‘귀족 스포츠’였던 시절 아버지는 변변치 않은 살림살이에도 테니스회 회원이었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나무로 된 일자 형태의 ‘한일 라켓’을 사용했는데, 어느 날 ‘에스콰이어’란 영문 글씨가 선명한 알루미늄 재질의 새 테니스 라켓을 집에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기존 나무 라켓을 삼형제 중 운동 신경이 조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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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8.02.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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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새해 기자회견이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답변자가 질문자들을 즉석에서 손수 선택한 ‘각본 없는’ 1시간 반짜리 생방송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그 안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인터넷 무대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즉문즉답’의 난코스들을 단 한차례 어려움 없이 가뿐히 넘어가는 대통령의 말솜씨와 국정 이해력에 많은 국민들이 갈채를 보내는 듯 합니다. 반면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질문 모습과 내용은 대체로 신통치 않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완벽한 문전 찬스에서 허공으로 볼을 날린 축구선수 대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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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8.0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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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2017년 1월 1일은 기억이 선명한 날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기자로서 크게 물을 (중요한 보도를 놓쳤다는 언론계 은어) 먹었습니다. 갑작스레 이뤄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출입기자 신년 간담회를 완벽하게 놓쳤습니다. 그날 저를 비롯한 무심한(?) 출입기자들은 배성례 홍보수석 주재의 떡국 오찬 공지 문자를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저마다의 휴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배 수석은 춘추관 구내식당에 모인 성실하거나 눈치빠른 기자들을 “대통령께서 기다리신다”며 돌연 경내 상춘재로 데려가 평화로운 각 언론사 보도국을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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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12.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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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장길에 우울한 문자가 왔습니다. 집 근처 백화점 매장 이름이 찍힌 고액의 카드결제 문자 2건. “결국 샀구나...” 탄식이 터져나왔습니다. 사춘기 두 아이의 ‘롱패딩’ 구입 작전이 아빠가 손쓸 틈 없는 시점에 기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등골 브레이크’ 학부모 대열에 들지 않으려했던 노력이 허사가 되자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집 현관에 들어서면서 “롱패딩 어떤 거 샀는지 보기나 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물건이 집에 없었습니다. 재고 품절로 돈부터 줘놓고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12월 중순에나 받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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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11.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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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뉴스 데스크인 저는 BBS 보도국이 제작하는 의 CP(책임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습니다. 은 BBS 초창기부터 20년 넘게 장수하는 2시간 분량의 간판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입니다. 탄탄한 고정 청취층을 확보하고 있어 꽤 영향력도 발휘합니다. 정치권을 주 타켓으로 삼고 있는 라디오 매체간 치열한 출근시간대 경쟁에서도 일정한 점유 수준을 유지합니다. 물론 요즘 한창 잘나가는 타 방송사 아침프로 , 등을 쫒아가려면 더욱 분발해야만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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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11.0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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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있는 영화 ‘남한산성’을 관람한 뒤 극의 배경에 관한 지적 욕구가 차올라 인터넷TV의 ‘지난 방송’ 메뉴를 뒤졌습니다. 언젠가 스쳐 지나며 봤던 강연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을 찾아서 틀었는데, 인기 한국사 강사 설민석씨가 병자호란을 설명하면서 관객들에게 이렇게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남한산성 안에서 대립했던 척화파 신하 김상헌과 주화파 신하 최명길 가운데 여러분들은 어느쪽을 지지하십니까?” 얼추 100명은 넘어 보이는 젊은 관객들 중에서 김상헌을 지지한다며 손을 드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반면 최명길 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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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10.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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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 아이템(It item)이란게 있습니다. ‘고객의 넋을 빼앗는 필수 제품’이란 최신 용어입니다. 이 잇 아이템이 ‘군사 무기체계’에 등장했습니다. ‘잠수함’입니다. 전 세계 군사력 증강 추세의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부쩍 고도화된 잠수함의 위용은 위협의 상승 작용을 일으켜 어느 순간 지구촌을 뜨거운 잠수함 경쟁 속으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물론 비대칭전력의 강력한 한 축인 잠수함은 일찌감치 군사 강국이거나 되고 싶은 나라들의 핵심 옵션입니다. 한데 지금은 ‘잠수함 전성시대’로까지 불릴만 합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성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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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9.1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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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형성 과정에서 자기 입장이 다수 의견과 동일하면 적극 동조하지만 소수일때는 나쁜 평가나 고립이 두려워 침묵하는 현상. 74년 독일 사회과학자 노엘레-노이만 발표' 대학 시절 신문방송학 전공 수업으로 접한 ‘침묵의 나선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은 당시 대중화된 연구였지만 20여년이 훌쩍 지나도 그닥 진부해보이지 않습니다. 정치권과 언론 환경의 격변 속에 이 이론은 여전히 민심을 들여다보다는 잣대로 기능하며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전통 매체인 TV,라디오,신문에 인터넷 포털과 페이스북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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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8.2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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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에서 8월 초 여름 바캉스 시즌의 대목이 지나는 무렵에는 세상의 풍파가 대체로 잠잠했지만 이번 만큼은 매우 달라 보입니다. 북한 ICBM 도발 파장과 육군대장 부부 갑질 사건, 8.2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표 등의 메가톤급 뉴스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습니다. 일상 탈출을 꿈꾸는 이 시기에 마음 다급하게 하는 ‘뉴스 속보’와 자꾸 맞딱뜨린다는건 누구에게나 행복하지 않은 일입니다. ‘유례없는 무더위!’라든지 ‘해운대 100만 인파’ 기사가 메인을 장식하게끔 세상이 순리(?)대로 움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휴가철에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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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8.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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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새 식구를 들였습니다. 이 ‘거사(巨事)’는 순식간에 진행됐습니다. 주말 아침 ‘질풍노도’의 사춘기 자녀들을 힘겹게 깨우던 아빠는 별안간 “동물을 키우자”고 제안합니다. 부모 말이라면 늘상 시큰둥하던 두 딸은 웬일로 즉각 반응합니다. “지금 당장 강아지를 보러 가요!” 근처 애견샵에 진열된 갓난 새끼견들의 귀여움은 마음 급한 아이들에게 고민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는 최소한의 요식 행위도 생략된채 생후 2개월된 암컷 말티즈가 아이들에게 낙점돼 가방에 담겨집니다. 아빠가 처음 애견 아이디어를 꺼낸지 겨우 두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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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7.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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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또다시 불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고집스럽게 핵,미사일 실험을 해대던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은 결국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어 세상에 알렸습니다. 인내심이 그리 강하지 않은 듯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 옵션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평화’라는 궁극의 궤도에 닿기 힘들어 보입니다. 트럼프와 만난 뒤 ‘대화의 주도권’을 인정받았다고 한 문 대통령 발언 사흘만에 미국을 향해 임팩트있는 존재감을 과시한 김정은의 머리 속에 대한민국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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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7.0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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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후배는 어쩌면 가장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치고 올라와서 고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유능한 후배일수록 더 빨리 선배를 넘어섭니다. 그래서 선배는 후배를 키우면서 때로는 견제를 합니다. 후배의 커가는 모습이 흐뭇하지만 마음 한켠에 불안감도 싹틉니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이자 조직의 생리입니다. 그렇다고 자연스런 신구교체(新舊交替)를 막아선다면 조직은 고리타분해지고 멈춰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갈림길에서 조직은 뒤처지거나 멸망합니다. 결국 후배의 약진이 수월하고 자연스러운 상황은 조직에게 승패의 문제, 생사의 문제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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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6.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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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인기입니다. 쟁쟁한 극영화 속에서 박스 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이고, 입소문을 타면서 상영관도 부쩍 늘었습니다. 이례적인 흥행 열풍이 어떤 연유인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주말 저녁 슬며시 집을 빠져나와 동네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젊은 커플들로 가득찬 관객석 중간에 ‘나홀로’ 앉아 수시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1시간 40분간 스크린에 빠져 들었습니다. 동서화합을 몸소 부르짖었던 ‘정치인 노무현’의 소신과 언제나 힘없는 사람들 곁에 서고자 했던 ‘인간 노무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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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5.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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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현직 방송 기자로서 스피치 전문 학원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방송 리포팅 능력의 부족함을 채워보겠다는 것이 사설학원 등록의 ‘공식적’ 이유였습니다. ‘비공식적’ 목적은 대중 앞에만 서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질적 ‘발표 불안’을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3개월 코스 학원비 80만원이 꽤나 비싸다고 느꼈던 그 학원에서 중점적으로 배운 부분은 대중 연설과 토론 기법이었는데, 당시 강사가 유난히 강조했던 용어가 ‘메라비언의 법칙’이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이 발표한 이론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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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4.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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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회의원은 요즘 말로 ‘혼밥(혼자 먹는 밥)’ 매니아입니다. 국회로 출근하는 날 점심은 가급적 도시락으로 때웁니다. 여비서는 만원이 조금 넘는 도시락 1개를 전화로 주문해서 차려주고 구내식당으로 향하곤 합니다. 의원실 식구들의 단체 도시락이 배달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의원님 도시락’은 보좌진에게는 애물단지입니다. 정오에 맞출 필요없이 들쭉날쭉이 가능한 의원의 ‘혼밥 스케줄’로 보좌관, 비서관들의 개인적 약속은 펑크가 나기 일쑤입니다. A 의원 일정표에 외부인들과의 식사는 대부분 지역구 행사입니다. 표를 얻으러 관내 식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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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4.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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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분야에서 기자가 글을 잘 쓰기는 처음엔 무척 힘이 듭니다. 사회부나 경제부에서 갓 넘어온 경력 짧은 정치부 기자들은 적응하는데 애를 먹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에다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하는 내용을 적절히 버무려야 ‘그럴 듯 하고, 차원 높은’ 기사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소설 같은 뉴스’를 써야 한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방송, 신문, 인터넷 언론 통틀어 이런 현실은 거의 비슷합니다. 기사에 한 껏 물이 오른(?) 정치부 선배들은 후배들 머리 속에 이런 말을 주입하곤 하지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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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2.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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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로 태어났으면 모름지기 다섯수레 책은 읽어야 마땅하다’. 당나라 시인 두보가 남긴 시의 한 토막입니다. 다독(多讀)을 권장하는 이 구절을 어린 시절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숱하게 들었습니다. 아마 교과서나 참고서에서도 봤을 겁니다. 어떻게든 제자들 책보는 습관 좀 들이려고 이 고사성어를 입에 붙이고 다닌 선생님도 기억합니다. 나름 제게는 서재에 대한 열망과 지적 욕심을 키워준 ‘키워드’였습니다. 얼마 전 한창 사춘기인 중학교 2학년 딸 아이에게 ‘남아수독오거서’를 우리말로 풀어주며 슬쩍 물어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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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7.01.2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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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인호 작가의 불교소설 에는 거짓말을 모르는 ‘천진불’ 혜월스님의 행적이 나옵니다. 일제시대 부산 선암사에 머물던 혜월스님은 새벽에 물건을 사러 시내로 나간 절집 일꾼이 절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던 과부와 벌거벗은채 방안에 나란히 누워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기겁을 한 일꾼이 엉겁결에 거짓말을 합니다. “장을 보러가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이 집에 들렀고, 너무 아파 꼼짝할 수 없어서 벌거벗고 누워있는 겁니다” 과부댁도 같은 거짓말로 둘러댑니다. “저도 배가 아파 누워있는 겁니다. 큰스님” 그러자 스님은 헐레벌떡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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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기자
2016.12.11 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