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법조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구한말에 이미 변호사 단체가 있었습니다. 일본인 변호사로 구성된 경성제1변호사회와 조선인으로 이루어진 경성제2변호사회가 있었는데, 두 단체는 1919년 합쳐질 뻔 했습니다. 하지만 회장 선거에서 조선인 후보가 일본인 후보를 1표 차로 앞섰다는 이유로 분란이 생기고, 결국 다시 쪼개졌다는군요. 20년이 지난 1939년이 돼서야 비로소 통합했고요.광복 후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상의 직능단체로 등장합니다. 변협은 다른 직능단체들과는 성격이 약간 다릅니다. “변호사는 반드시 변호사협회를 만들어야 하
BBS 취재수첩
유상석 기자
2017.03.03 18:09
-
20세기의 추상화가 칸딘스키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임에도 최고의 예술을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은 즉각적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한다. 맛있는 음식은 혀에 닿는 순간 알 수 있는 것처럼, 음악 역시 귀에 들리는 순간 마법처럼 내면에 심상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회화 전시회에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대체로 통용되는 반면, 음악에서는 어떤 곡 안에 이러이러한 배경이 있다거나, 화성이 어떻다는 등의 설명은 감상에 방해가 될 뿐이다. 그래서 칸딘스키는 아예 음악을 그렸다. 쇤베르크와 바그너 등 당대의 음악가들로부터 받은
BBS 취재수첩
박준상 기자
2017.03.02 09:51
-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는 한적한 어촌마을이다. 지난 18일 이곳을 방문하니, 공기는 맑고 하늘은 선명했다. 하늘보다도 짙은 쪽빛 바다 위로는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햇볕은 따뜻한데, 바닷바람은 시원했고, 인적이 드문 한적함에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묻어났다. 해변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위치한 두 개의 큰 콘크리트 기둥을 만나기 전까지 그러하였다.두 개의 큰 콘크리트 구조물은 바로 일본 조세이 탄광 사고 현장이다.1942년 2월 3일 이른 아침, 석탄을 캐러 해저탄광에 들어갔던 183명이 갱도가 붕괴 돼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을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17.02.21 07:52
-
국정농단에 정치 불신의 시대, 경제도 팍팍하고 AI로 계란 값조차 걱정해야 하는 요즘, 마음 둘 곳 없고 재미난 것도 없다.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고 지금 필자의 심정이다.팍팍한 마음 속 그나마 단 하나의 위안을 주었던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이 막을 내렸다. 퇴근을 하면 아직 어린 연년생 형제가 아빠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마음 편히 드라마를 못 볼 때가 많지만 “전지현 아줌마 보러가자”는 말로 큰 아들의 환심을 사본다. 물론 첫 째의 선택은 언제나 뽀통령이다.개인적으로 전지현과 같은 대학, 동국대학교 동문이다. 학창시절 우연찮게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17.01.26 10:03
-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더욱 혹독하게 인구충격의 미래를 살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해리덴트는 이러한 우려를 2014년 인구절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인구절벽은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절벽처럼 급속히 줄어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해리 덴트는 2015년 세계지식포럼에서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인구절벽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했다. 또 실제로 올해를 정점으로 우리나라 생산인구는 본격적인 하락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17.01.04 16:09
-
고등학교 때부터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2005년 이후로 중국을 가본 적이 없었다. 기자가 기억하는 중국은 너무 더러웠고, 칭화대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중국인과 함께 수업 받던 교실에서는 우리와 다른 냄새가 나서 늘 머리가 아팠고, 당시 학점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냄새 때문에 집중을 못해서라는 핑계를 댔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16년이 되었다. 그동안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내온 지 10년, 왠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이 그립기 시작하던 찰나에 2016 한국기자협회 제2차 중국단기연수에 선발됐다. 아는
BBS 취재수첩
송은화 기자
2016.12.22 16:11
-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피의 사실이 최순실의 공소장에 찍혔을 즈음이었다. 한 권의 소설책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온 병태의 초등학교 5학년 한 해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교내 문제에 눈을 감고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담임선생님과 그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아 모든 권력을 위임받은 ‘가짜 모범생’ 엄석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석대의 횡포에 저항했던 병태가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달콤한 굴종의 대가에 눈을 뜨게 되기까지... 말하자면
BBS 취재수첩
박준상 기자
2016.12.05 23:41
-
일본의 비교문명학자 이토 슌타로 박사는 문명은 인간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하드웨어’이며, 문화는 그것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라고 하였다. 필자는 정교분리를 논함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정치’는 ‘문명’을, ‘종교’는 ‘문화’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밥만으로 살수 없듯이, 과거 국가라는 집단의 ‘육체’와 ‘정신’은 ‘정치’와 ‘종교’라는 양 날개로 운영됐다.그러다가, 근대 이후 종교는 정치에서 아니, 사회와 문명에서 분리됐다. 서구에서 기독교문명이 이뤄낸 종교개혁과 이로 인한 정교분리이다. 이는 종교, 정치, 경제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16.11.16 17:33
-
저금리 시대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겨놔도 도저히 이자가 붙지 않습니다. 돈을 모으고 불리긴 해야 할 텐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그러다 보니, 자신들에게 돈을 투자하라고 유혹하는 ‘꾼’들이 늘어나는 모양입니다. 유혹하는 방식도 여러 가집니다. 외환에 투자해서 차익을 노리겠다는 자들, 사이버 화폐에 투자하라는 자들,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대박 난다고 주장하는 자들, 심지어 희귀한 버섯이나 산양삼에 투자하라는 자들까지 등장할 정도니까요.이렇게 ‘꾼’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말을 믿었다가 금전적 손해
BBS 취재수첩
유상석 기자
2016.08.12 09:34
-
지난달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망언이 논란이 됐다.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99%이고, 자신은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서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나 전 기획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 내부자들을 인용하여 "민중은 개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 고위 간부였기에 국민들의 충격은 배가 됐던 것 같다.갑자기 왜 나 전 기획관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냐고 하면, 교육부에 나 전 기
BBS 취재수첩
송은화 기자
2016.08.05 15:42
-
약 2년 전 비가 많이 내리던 주말 밤,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하버드대 출신의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스님과 만났다. 그때가 스님과의 개인적인 마지막 만남이었다. 당시 난 결혼을 하고 이직을 한 지 얼마 안 되었다. 스님에게 새 명함을 건네고 잠깐 안부를 묻고 헤어졌다. 당시 식장에는 현각스님 외에도 너무 많은 스님들이 왔기에, 스님과 필자는 서로 이곳저곳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꼭 2년이 지난 지금 현각스님의 SNS 발언 파문으로 교계 안팎이 시끄럽다.현각스님이 왜 그런 발언을 했고, 무슨 연유로 파문이 이렇게 까지 확대 되었는지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16.08.04 17:12
-
“그렇게 마음이 끌리거든 내 금지를 어기고라도 들어가도록 해보라구. 그렇지만 명심하시오. 내가 막강하다는 걸.” 카프카의 단편 는 ‘법’이라는 절대적 가치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한 시골사람이 등장한다. 하지만 문지기가 그를 가로막고 있었고, 시골사람은 문지기의 허락을 기다리면서 어떻게 하면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애쓰고 고민하다가 결국 법에 닿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작년 말께 법원을 출입처로 받았으니, 햇수로는 2년째 나는 법원을 바지런히 다니고 있다. 재벌과 정치인이 연루된 비리부터 각종 범죄까지 세간의
BBS 취재수첩
박준상 기자
2016.08.01 09:43
-
한낮 미얀마의 뜨거운 태양빛이 기울어 질 때쯤, 60톤 황금으로 만들어진 쉐다곤 파고다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황금불탑은 태양이 서산 너머로 사라지는 시시각각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시계초침 처럼 미세하게 변화한다. 정말 너무나 파란 하늘이 점차 어두워질수록, 미묘하지만 서로 다른 색깔의 황금빛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다. 지난달 3년 여 만에 다시 찾은 미얀마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나를 반겼다. 그러나 서산 너머 해가 자취를 감춘 밤이 되자, 하얀 조명으로 더욱
BBS 취재수첩
홍진호 기자
2016.07.26 15:42
-
6.25 전쟁이 터졌을 때, 기자의 부친은 아홉 형제의 막둥이로 세 살 배기 아기였다. 조부모는 당시 함경북도 성진에서 소 돼지를 키우는 부농이었고 그 이유로 지주 숙청의 대상이 됐다. 죽임으로부터 남편과 아홉 자식을 살리기 위해 조모는 기르던 돼지를 모두 잡아 선주들을 몇날며칠 배불리 먹여 남쪽으로 향하는 배를 간신히 얻어 타고 피난을 내려올 수 있었다. 그래도 난리 통에 첫째와 둘째 자식은 이북에 놓고 와야 했다. 심장 같은 자식들과 생이별해야 했던 조모는 훗날 줄곧 ‘불심(佛心)’에 의지했다.기자는 다섯 살 무렵부터 조모 손에
BBS 취재수첩
전영신 기자
2016.07.18 15:23
-
직장인이 선정한 올해 여름휴가지 전국 2위로 선정된 부산. 국내 최대 해수욕장인 해운대가 있고 홍콩보다 화려하다는 야경을 볼 수 있는 곳 바로 부산이다.산과 강, 바다가 어우러져 4계절 볼거리가 풍부하고 국내 영화치고 부산에서 촬영을 하지 않은 영화가 없을 정도로 영화의 도시로도 유명하다.이처럼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서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은 여행을 가보고 싶어 하는 낭만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하지만 한 꺼풀 껍데기를 벗겨내면 어떨까?해운대 해수욕장을 조금 벗어난 기장에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
BBS 취재수첩
황민호 기자
2016.07.11 17:47
-
최근 한국 경제계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브렉시트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과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일 것이다. 롯데그룹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조세포탈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루한 세금이 100억 원에서 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견 해운업체 대표 A씨는 직원 명의로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회사 수익을 숨기거나,
BBS 취재수첩
권은이 기자
2016.07.11 14:11
-
'넥슨 주식 대박'의 주인공 진경준 검사장 사건에 대해 최근 특임검사가 지명됐다. 논란이 불거진 때가 3월이니 4개월만에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셈이다. 특임검사로 지명된 이금로 인천지검장은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기자들과 첫 대면을 했다. 특임검사팀은 첫날부터 야근을 시작하며 수사에 돌입했다. 유야무야 시간끌기를 하던 검찰은 속도전에 들어간 모습이다. 특임검사팀이 운영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진 검사장에 대한 비위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진 검사장은 넥슨 측으로부터 법인차량인 제네시스 승용차를, 또 다
BBS 취재수첩
임지은 기자
2016.07.08 15:41
-
6월이 되면 기획재정부 기자실 여기저기서는 한숨이 터져나온다. 정책발표 시즌이기 때문이다. 6월부터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9월까지는 기재부도,기재부를 출입하는 기자들도 각종 정책에 함몰돼야 한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들어 불과 한달도 안돼 정부가 쏟아낸 정책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서비스경제발전전략" " 투자활성화대책".. 그야말로 일주일에 한번 꼴로 굵직한 국가경제정책들이 발표됐다. 정책을 만들어 내야하는 공무원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을 호소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하나의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일정
BBS 취재수첩
권은이 기자
2016.07.08 14:42
-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 55살 A씨는 지난 2013년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교사를 맡았을 당시 체험학습 행사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B학생의 학부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되지 않자 외삼촌과 통화하다가 언쟁을 벌이게 되면서 감정이 상했다. 이후 A교사는 B학생이 친구의 돈을 빼앗았다고 의심하고 반 학생들에게 종이를 나눠주며 "B양에게 단돈 백 원이라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있으면 모두 적어내라"라는 취지로 말했고, 한 학생이 '7백 원을 B양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지 못했다'라고 적어내자 "B양이
BBS 취재수첩
송은화 기자
2016.07.07 10:45
-
아시다시피 금융이란 돈을 이용해 돈을 버는 ‘돈 장사’입니다. 보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계약자에게 돈을 거둬들인 뒤, 뭔가 일이 터지면 그 일이 터진 사람에게 몰아주는 사업이죠. 일 터진 사람이 없으면, 그 돈은 보험 사업자의 주머니 속에 남아있을 테고요.돈 장사가 다 그렇겠지만, 보험업에 대한 인식도 딱히 그렇게 좋진 못합니다. 특히 보험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보험회사의 이미지는 딱 이럴 겁니다. 제발 가입 좀 해 달라고 매달릴 땐 언제고, 보험금 지급할 때 되면 엄격! 근엄! 진지!해지는 집단. 천하에 못~~~된 사람들.
BBS 취재수첩
유상석 기자
2016.07.06 09:15